[김기옥]한의학, 국제표준전쟁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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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옥]한의학, 국제표준전쟁을 준비하자

[사이언스칼럼]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승인 2011-06-20 14:21
  • 신문게재 2011-06-21 21면
  •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지난달 우리나라 한의계가 세계 전통의학분야의 국제표준 선정과 관련하여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낭보가 있었다. 5월 2일부터 4일까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전통의학 분야 국제표준화기구 기술위원회(ISO/TC249) 제2차 총회에서 우리나라는 기술위원회 산하 5개 분야의 실무그룹 의장국 선정에서 2개 분야의 의장국을 맡기로 한 것이다. 의료기기와 의료정보 등 2개 분야다.

이는 오랜 시간 준비한 한의학적 연구결과가 성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의료기기의 경우 품질과 안전성이 확보되어 한국산업표준(KS)을 획득한 '일회용 멸균 호침'의 연구결과를 국제표준으로 제안했던 것이 다수의 국가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고, 의료정보의 경우에는 한ㆍ중ㆍ일간의 WHO 표준개발을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이끌어낸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일 것이다. 이런 결과들은 한의학적 경험과 연구의 결과물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한ㆍ중ㆍ일 등 15개국이 참가하게 될 제3차 총회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할 것을 확정했다. 2012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3차 총회에서는 그간의 명분싸움을 지나 실질적인 내용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고, 우리의 안방으로 불러들여 치르는 만큼 철저한 준비를 거쳐 중국의 전통의학 표준 쓰나미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총회의 성과중 주목할 만한 것은 그동안 문서에 사용되던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중의학)' 앞에 'provisional(잠정적인)'이란 표현을 삽입하도록 함으로써 중국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기술위원회에서는 앞으로 한ㆍ중ㆍ일 3국이 모두 합의할 경우 다른 회원국들이 수용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림으로써 앞으로 전통의학의 용어표준에서도 중국이 TCM의 명칭과 중국의 표준기술을 국제표준으로 하고자 하는 시도에 맞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세계전통의학시장 및 보완대체의학 시장규모의 급성장을 볼 때 국제표준을 누가 리드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변할 전망이다. 지금 세계는 소리 없는 국제표준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동안 전통의학 분야는 중국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국가프로젝트 수행 및 기본계획 마련 등을 통해 세계시장에 무혈입성하여 독점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중의학이 곧 세계전통의학'이라는 명제를 달성하려는 의도로 추진되고 있던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중국보다 한발 늦게 출발하긴 했지만, 중의약의 세계 표준 선점에 대응하고, 한의학의 표준 선점을 위한 체계적인 전략을 마련하고자 정부, 연구원, 학교, 기업, 각종협회 등의 전문가들이 위원회에 참여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중국의 중의과학원 등 공식적인 단체가 움직이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여러 기관의 비상시적인 전문가들의 모임인 비공식적인 협의체가 활동을 하다 보니 조직적인 면에서 어려운 면이 없지 않다. 이러한 면에서 범정부 차원의 지원과 다른 국가와의 세력연합을 구축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한의학 표준화 사업은 이제 출발선에 서 있다. 중국이라는 고도로 집적된 역량을 발휘하는 프로선수가 앞서 출발했지만, 우리에게는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을 통한 정부의 지원과 국제 네트워크를 통한 다자간 공동대응활동이 가능하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 판단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의기술표준센터'가 설립되면 본격적인 한의약 표준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표준화 사업은 당장의 이익과 만족감을 눈앞에서 바로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중요성과 결과물은 추후에 나타나게 되고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의 전통의학을 지키고, 나아가 세계적인 의학과 문화로 기록될 수 있도록 지금의 전통의학표준전쟁에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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