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경 건양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
'사랑하다'는 원래 '사람을 생각한다'는 뜻이었다고 하며, 사랑의 어원은 생각 사(思)에 헤아릴 량(量)을 쓴 한자어 사량(思量)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는 하트는 심장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그 기원을 찾아보면 인간의 마음과 영혼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각종 우리말 사전에는 사랑에 대하여, '중히 여기어 정성과 힘을 다하는 마음', '아끼고 위하여 한없이 베푸는 일 또는 마음', '남녀 간에 정을 들여 애틋이 그리는 일', '어떤 사물을 몹시 소중히 여김 또는 그 마음'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들 사전의 사랑에 대한 표기에서 보듯 그 의미에는 하나같이 '중히', '다하는', '한없이', '애틋한', '소중히' 등의 강조 형 단어(형용사나 부사)가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사랑에 대한 어원이나 사랑을 표현하는 하트의 의미 그리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사전적 의미 등을 종합해 볼 때, 사랑이란 그저 평범한 감정이나 일상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라, 심장만큼이나 소중하게 사람이나 어떤 대상을 생각하고 베풀며 아끼는 마음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랑한다는 말은 아무 때나 누구에게나 함부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사랑이라는 용어를 너무 쉽게 사용하며 남발하는 것을 자주 듣고 보게 된다. 백화점에 들어갈 때도 “사랑합니다! 고객님!”, 각종 안내전화의 응답에서도 “사랑합니다!”, TV나 라디오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물론, 심지어 선거철 출마자들한테서도 우리는 곧잘 사랑한다는 소리를 듣고 산다. 특히 젊은 남녀들 사이에는 조금만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면 스스럼없이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며 자랑하듯 소개를 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 기분 나빠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잠시 후 그들의 사랑한다는 인사말을 곰곰이 되새겨보면 저절로 실소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과연 그들이 사랑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듣기나 좋으라고 입술로만 서비스를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백화점에 들어오는 손님들에게는 “반갑습니다! 고객님!”, 콜 센터에 문의를 해오는 고객에는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는 것으로도 충분하고 훌륭하다. 남녀 간에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면 그냥 '우리는 좋아하는 사이'라고 말해도 결코 부끄러운 표현이 아니다. 그리고 훗날 진정으로 책임과 희생이 각오되었을 때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소개를 해도 늦지 않다. 굳이 책임지지도 못할 사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성급하게 서로의 사이를 미화시켜 자랑할 필요는 없다.
'소말리아 아이의 동생 사랑'이라는 글에는, 전쟁으로 굶어 죽어가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기자가 준 사과를 잘게 씹어서 동생 입에 넣어주고 그 형은 결국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형제간 사랑의 극치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또한 누구나 다 잘 아는 우리나라의 춘향전과 서양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남녀 간 사랑의 의미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야기들이다.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사랑하는 상대방을 중히 여겨 희생과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다.
성경에도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쓰여 있다. 믿음보다 그리고 소망보다도 더 귀하고 소중한 것이 사랑이거늘… 사랑에 대한 의미를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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