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등록금에 목매는 지역대
2.적립금은 쌓고, 전입금은 아끼고
3.학생 투자에 뒷전
4.등록금 인하위한 자구책은?
등록금 1000만원 시대. 상아탑(象牙塔)으로 불리던 대학은 소를 팔아야 갈 수 있는 우골(牛骨)탑을 넘어 집안 기둥을 뿌리 뽑는 인골(人骨)탑으로 전락했다.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1인당 국민소득(GDP) 대비 등록금 비중'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사립대 등록금 부담률은 미국에 이어 2위로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을 향한 외침이 점점 더 거세지는 이유다. 재정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 사립대들은 이번 '반값 등록금' 논란 속에 해법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이에 대전·충남권 대학들의 예산운영실태와 자구책 등에 대해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올해 대전·충남권 대학 대부분은 3년 연속 동결을 깨고 등록금을 인상했다. 정부가 동결을 권고했지만, 이를 받아들인 대학을 극히 일부다.
올해 지역대 등록금 현황을 살펴보면 을지대가 938만원으로 최고 수준이었으며, 상명대, 백석대, 단국대(천안), 호서대, 순천향대 등 충남권 대학들이 800만원대를 형성했다. 대전권 대학들도 충남권보다 다소 낮긴 하지만 700만원 후반대로, 사립대 평균 등록금인 768만원을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등록금이 어떻게 책정되기에 이렇게 비싼 걸까?
대학들이 밝히는 등록금 산정 기준을 살펴보면 대학 운영비, 인건비, 사업비 증감률과 지난해 등록금, 물가인상률, 타 대학 등록금 수준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산정하고 있다. 이에 대학은 휴학생과 자퇴생 등의 증가로 수입은 감소하는 반면 보수와 운영비 등은 매년 증가, 세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등록금을 인상했다.
대전·충남권 주요 사립대의 2010년 교비 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대학이 수입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었다. 대전권 대학 중 등록금 의존율이 가장 높은 대학은 목원대로 80.4%에 달했다. 수익 총액인 901억여원 중 724억여원을 등록금으로 채웠다. 대전대도 전체 교비회계 자금 중 등록금 수입은 78%로 1038억여원 중 810억여원을 등록금으로 충당했으며, 한남대는 1348억여원 중 1010억여원인 74.9%를 등록금에 의존했다.
우송대는 등록금 의존율이 74.1%, 배재대 73.9% 등으로 대전권 사립대 상당수가 등록금으로 대학을 운영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대학병원 등에서 들어오는 법인 전입금으로 인해 을지대는 53.4%로 낮았다.
등록금 3년 연속 동결로 주목을 받은 건양대도 등록금 의존율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등록금 의존율은 46.0%로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58.0%로 올랐다. 전체 의존율은 타 대학보다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상승률 만큼은 눈에 띈다.
문제는 학교 운영 자금을 대부분 등록금에 의지해 학생들에게 부담 전가를 하면서도 정작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 연구비 등 혜택을 부실하다는 것이 것이다.
등록금 수입을 제외한 나머지 운영수입은 전입금과 교육부대수입 등으로 충당해 수입을 채우지만, 운영 자금 대부분이 교직원 보수와 적립금 등으로 나가면 학생들의 연구경비 등은 전체 예산의 20%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 또 상당수 사립대가 당장 쓰지는 않더라도 일단 지출로 분류해 넘기는 '미사용 차기 이월금'이 수십억원대로, 등록금 책정 때 주요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대 관계자는 “재정이 열악한 지방대들은 등록금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등록금 인상분은 장학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학은 기업과 달라 수익을 중간에 보충하기가 어려워 어느 정도 예산을 올리는 경우가 있는 데 이를 두고 예산 부풀리기로 몰고 있다”며 “일부 대학의 사례가 전체 사립대의 경향으로 내비쳐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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