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해경 대전문예의전당 |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중에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쉽게 손대기 어려운 음식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홍탁, 중국의 썩은 두부(臭豆腐), 유럽의 곰삭은 치즈 등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근처에도 가기 싫지만, 그 맛을 알게 되면 찾아다니며 먹게 된다. 낯선 냄새, 낯선 인상, 낯선 맛이 익숙한 냄새, 반가운 인상, 즐거운 맛으로 변해가는 데에는 일정 기간이 필요하고 도전정신과 노력도 필요하다.
클래식 음악도 마찬가지다. 어려서부터 접해온 사람이 아닌 이상 클래식은 낯선 영역의 높다란 담 너머 세상일 수밖에 없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열린 과일을 바라보며 따 먹어 볼 시도도 하기 전에 굉장히 실거라 생각하며 단념하는 우화 속 여우처럼 대다수 사람은 클래식 음악에 대해 스스로 벽을 쌓고 넘어가기를 포기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존재한다. 코 막고 눈살 찌푸리며 억지로 접하다 홍탁의 세계로 넘어가고 손사래 치며 발뺌하다 취두부의 세계로 넘어가고 이걸 어떻게 먹느냐며 불평하다 까망베르 치즈의 세계로 넘어가듯 시간을 투자하고 관심을 갖고 약간의 고통을 참아내면 그동안 몰랐던 황홀한 클래식의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무언가를 즐기는 취미의 세계는 모든 분야가 그렇듯 대부분 누군가의 안내에 따라 그 문에 들어서게 된다. 그 세계를 이미 맛본 사람의 확신에 찬 찬사에 이끌려 문턱을 넘게 되는 것이다.
예당의 인기 프로그램 가운데 '아침을 여는 클래식'이란 공연이 있다. 매월 한차례 화요일 아침 11시에 열리는 공연이다. 평일 아침 11시 공연이라 대부분의 객석은 주부들로 채워진다. 대다수 삼삼오오 짝을 이뤄 공연장을 찾는데 그중에는 얼굴에 잔뜩 낯섦의 표정을 한 사람도 발견하게 되고 음악보다는 고상한 분위기의 매력에 이끌려 찾아온 듯한 표정의 관객도 만나게 된다. 관장 취임 후 관객과의 소통, 배려에 지속적 관심을 기울여온 나는 지난 4월부터 '아침을 여는 클래식'의 공연 안내를 진행해오고 있다. 연주자와 관객의 어색한 거리를 좁히고 연주곡에 대한 설명 등을 자연스레 이끌어내며 보다 편하고 즐거운 음악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침을 여는 클래식'은 주부들의 고단한 일상에서의 탈출구 역할도 하지만 이렇게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친절한 안내자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러한 안내자 역할의 공연이 몇 개 더 있다. 청소년 클래식, 실내악축제, 천원의 행복 콘서트 등이 그것이다. 비교적 쉬운 레퍼토리로 꾸며지며 진행자의 친절한 곡 설명이 포함되기도 한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어려운 내용이라도 100번을 읽게 되면 자연스레 그 뜻을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뒤집어 얘기해 스스로 그만한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스스로 그런 노력만 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위에 열거한 공연들이 클래식 세계로의 여행을 보다 쉽게 이끌어줄 것이다.
기획인증마크를 통해 예당이 기획한 공연을 책임지고 추천한다든지, 공연관련 리플릿, 프로그램지의 내용을 보다 친절하고 깊이 있게 만드는 등 예당은 앞으로도 계속 관객들의 보다 편한 공연관람을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나갈 계획이다. 낯섦의 문턱을 최대한 낮추는 작업, 그래서 누구나 쉽게 예당을 찾게 하는 일. 공연장 운영의 책임자로서 늘 마음에 새겨두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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