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군단 패럴렉스는 두려움을 먹이로 세력을 키우고, 빛의 군단 그린랜턴은 단어 그대로 녹색 빛으로 어둠을 물리친다. 녹색은 용기와 의지의 색깔.
미 공군 조종사 할 조던. 그는 평범해 보이지만, 여자 친구의 말에 따르면 “두려움이 없는 사내”다. 그는 지구에 불시착한 그린랜턴의 수장으로부터 녹색 반지를 건네받고 슈퍼 파워를 가진 그린랜턴이 된다.
파워 링은 반지를 낀 소유자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실현시켜주는 그린랜턴의 힘의 원천. 그린랜턴은 이 반지의 힘으로 지구를 포함한 3600개 섹터로 구분된 행성을 수호한다.
섹터 2814 지구의 수호자가 된 할. 그는 패럴렉스 군단과 사악한 외계물질에 감염돼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뇌를 가지게 된 닥터 해몬드로부터 지구를 구해야 한다.
영화 초반, 그린랜턴의 본거지인 오아 행성을 배경으로 그린랜턴의 기원과 최초의 인간 그린랜턴 할의 탄생까지, 압도적인 스케일로 놀라운 경험을 안겨준다.
'반지의 제왕' 미술팀이 투입돼 창조했다는 오아 행성은 훨씬 앞선 테크놀로지가 동공을 키우는 녹색의 신비롭고 환상적인 행성으로 탄생했다.
사실 그린랜턴은 우리에겐 낯설지만 '슈퍼맨' '배트맨'을 탄생시킨 DC 코믹스에서 인기 만점 캐릭터다. 그런 히어로가 왜 이리 늦게 등장했을까. 그 이유가 오아 행성을 구현할 테크놀로지의 축적을 기다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참신한 슈퍼히어로의 활약, 3D로 구현된 스펙터클한 특수효과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생각보다 훨씬 근사한 유머와 액션을 겸비한, 재미있는 오락물이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007 카지노 로얄'을 연출한 마크 캠벨은 첫 슈퍼히어로 영화 '그린랜턴'을 DC의 경쟁사 마블의 '아이언맨'과 유사한 톤으로 연출할 거라고 밝혔었다.
고뇌하는 영웅보다는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묘사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간적으로도, 영웅으로도 할의 고뇌는 앙상하다. 그 고뇌가 제대로 그려졌다면 영화의 톤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마블이 영웅들이 총출동하는 '어벤저스'를 준비하고 있듯, DC/워너도 '저스티스 리그'를 준비 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라도 그린랜턴의 소개는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스티스 리그'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여기기엔 '그린랜턴'은 너무 아깝다. 코믹스 '그린랜턴'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숱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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