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매번 이런 식이어서 '떡밥의 제왕' '낚시 천재'로 불리는 J. J 에이브럼스는 무슨 꿍꿍이속이었을까.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영화를 즐기던 1970년대의 느낌을 관객에게 소환하고” 싶었단다.
'슈퍼 8'은 70년대 아날로그적 감성을 21세기 세련된 장르 감각으로 비벼낸 블록버스터 영화다.
'슈퍼 8'은 1965년 이스트먼 코닥사가 내놓은 8㎜ 필름 혹은 그 필름을 사용하는 초소형 무비 카메라를 일컫는다.
이 카메라는 80년대 이후 소니가 비디오 캠코더를 개발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영화는 슈퍼 8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는 소년들의 이야기다. 영화의 배경이 30년 전이라는 이야기다.
스티븐 스필버그, 에이브럼스의 이야기이고. 아마도 에이브럼스는 슈퍼 8 카메라를 가지고 놀았던 마지막 세대였을 것이다.
소년들의 이야기에 그첬다면 성장 영화에 머물렀을지 모른다.
여기에 '에이리어 51'에서 이송되던 에이리언-괴물을 끌어들이고, 에이리언에게 납치된 여자 친구를 구하러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소년들의 모험담을 곁들인다.
에이브럼스는 이 스토리를 70년대 아이들을 꿈꾸게 했던 영화, 'E.T' '그렘린' '구니스' '스탠 바이 미' 등을 끌어와 짜 맞췄다. 스필버그 사단, 앰블린 엔터테인먼트의 작품들이다.
간추리면 '슈퍼 8'은 '구니스' 같은 소년들의 모험극이며, 'E.T' 같은 에이리언 영화이며, '클로버필드' 같은 괴물영화이고, '스탠 바이 미' 같은 성장영화다.
70~80년대 유년기를 보낸 40대 중년층의 향수를 불러내는 노스탤지어 영화이며 또한 스필버그와 엠블린 영화사에 바치는 블록버스터급 오마주다. 스필버그는 시나리오와 장면구성, 배우 오디션 등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답했다.
에이브럼스는 갖가지 장르의 영화들을 양손에 쥐고 한바탕 신나게 논다. 워낙 다양한 영화들이 마구 섞인 칵테일인 탓에 삐걱거리는 곳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퀼트처럼 직조해내는 장기를 십분 살려 가슴 벅찬 절정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린다.
“괴물이 봉준호의 괴물을 닮았다”는 등의 스포일러를 봤다고 해도 영화를 보는데 별 상관이 없다. 일부를 가지고 이 영화를 다 조망한다는 건 무리다. 이 영화의 미덕은 어떤 괴물을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유년의 추억을 끌어들여 순수한 오락영화의 즐거움을 재연한다는 데 있다. '떡밥의 제왕'이 던져놓은 이번 낚시는 덥석 물어도 후회는 없을 듯하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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