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곤]당신이 비켜준 소방차 길, 우리 모두의 생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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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곤]당신이 비켜준 소방차 길, 우리 모두의 생명길

[기고]김득곤 아산소방서장

  • 승인 2011-06-16 14:38
  • 신문게재 2011-06-17 20면
  • 김득곤 아산소방서장김득곤 아산소방서장
▲ 김득곤 아산소방서장
▲ 김득곤 아산소방서장
아산소방서에서는 하루 평균 35회 현장으로 출동한다.

화재출동 2회, 구급출동 27회, 구조출동 6회로 지금도 구급출동을 지시하는 출동지령 방송이 들린다. 이 같이 화재나 응급환자 발생 시 뿐만 아니라 국가적 재난이 닥쳤을 때 피해 주민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빠른 사고대응이다. 이 때 소방공무원들은 피해 주민 못지않게 다급한 마음이다. 이들은 현장에 빨리 도착해서 인명을 구조하고, 환자를 병원에 이송해야 하며, 화재가 발생했다면 진압작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화재 현장에서 사고발생 최초 5분여 시간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다. 화재 발생 이후 5분이 경과하면 화재의 연소속도 및 피해면적이 급격히 증가해 소방대원들의 인명검색과 화재진압의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 심정지 및 호흡곤란 환자에게는 4~6분이 골든타임(Golden Time)이다. 이 시간 이내에 응급처치를 받지 못할 경우 뇌손상이 시작되어 소생 가능성조차 희박해진다.

하지만 종종 TV 화면이나 실제 상황을 통해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차의 모습은 우리의 마음까지 답답하게 할 때가 많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소방차가 차량정체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 하는가 하면 좁은 골목길에 불법 주정차 되어 있는 차량 때문에 진입을 포기하고 다른 진입로를 찾기 위해 차를 돌리는 모습 등 너무도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아무리 사이렌과 경적을 울려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소방차의 진입을 위해 비켜주기는커녕 소방차를 추월하여 질주하거나 정체된 길을 뚫고 나가는 소방차를 쏜살같이 뒤따르는 얌체족들은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는 운전자들 마음 속에 '우리 집은 괜찮을 거야', '내 이웃, 내 직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아닐 거야'라는 '안전불감증'과 자기 중심의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소방차의 출동보다는 눈 앞에 닥친 내 갈길이 더 중요하고 다급하게 느껴지고 마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소방방재청과 아산소방서에서는'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최근 4년 대비 화재로 인한 사망자를 25% 이상 줄이고, 지속적인 안전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선제적 화재위험관리와 원천적 화재 피해 저감정책 정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재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화재발생 시 소방차의 화재 현장 5분 이내 출동률 향상을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 실시, 리플릿 제작 및 배부 등 소방차 출동로 확보를 위한 대시민 홍보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현장에 강한 소방관을 만들기 위해 재난현장에 따른 표준작전을 재정립하고, 현장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소방용수시설 개보수 및 전담의용소방대를 설치·운영하는 등 각종 예방 및 대응활동을 병행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원활한 소방차의 출동로 확보를 위한 시민들 협조다. 소방차 출동로 확보야말로 화재현장에 신속히 도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 모두가 '소방차 길 터주기'는 '생명길 터주기'란 생각으로 앞장서 소방차 출동로를 지키려는 인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과 독일, 캐나다 등 안전선진국에서는 소방차 양보 불이행에 따른 제도적인 장치가 뒷받침되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교육 및 홍보를 통해 긴급자동차의 5분 이내 출동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소방차의 출동 시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고 신속하게 길을 비켜준다.

소방차 출동로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과제는 세 가지이다. 첫째, 긴급자동차 출동 시 비켜 주기. 둘째, 소방차 출동로가 될 주택가 이면도로 주차금지. 셋째, 소방차 전용 주차 공간 확보.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민 스스로가 내 가족과 내 이웃의 재산과 생명을 스스로 지킨다는 마음으로 솔선수범하여 소방차의 출동로를 열어주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2010년 대한민국은 G20국가에 포함되어 선진사회의 문턱에 서있음을 입증했다. 다만 아직은 우리 시민들이 긴급자동차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소방 출동로 확보의 중요성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캠페인이 실시되고,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공무원들의 열정에 시민들의 성숙된 시민의식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더욱 자랑스럽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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