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택]부정부패의 징검다리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호택]부정부패의 징검다리

[NGO소리]김호택 국제로타리 3680지구 전 총재, 연세소아과병원장

  • 승인 2011-06-15 14:17
  • 신문게재 2011-06-16 20면
  • 김호택 국제로타리 3680지구 전 총재김호택 국제로타리 3680지구 전 총재
▲ 김호택 국제로타리 3680지구 전 총재, 연세소아과병원장
▲ 김호택 국제로타리 3680지구 전 총재, 연세소아과병원장
10년 넘게 지속되는 튀어나오는 뱃살과의 전쟁은 이제 일과가 되어 버렸다. 어제도 자전거를 타고 뱃살과 전투를 치르던 중에 텃밭에서 부인과 함께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는 이상기 면장을 뵈었다. 작년에 공직자로 정년퇴임하신 분인데, 언제나 눈가에 작은 미소를 잃지 않는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다.

'마침 잘 만났다'면서 밭에서 상추를 뿌리째 몇 뿌리 캐서 비닐 봉지에 담아주신다. '횡재했다'는 인사를 드리고 염치도 없이 봉지를 들고 집에 들어와 아내와 함께 상추를 씻어서 저녁 반찬으로 먹었다. 방금 딴 상추는 된장 양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달고 고소했다. 이 면장 덕택에 아내에게도 점수를 땄다.

시골에 정착하면서 텃밭에 채소를 가꾸는 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나도 언젠가는 손바닥 만한 땅이라도 마련해서 우리 식구 먹을 채소는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지는 벌써 몇 년 된다. 천성이 게을러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귀한 선물을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직접 농사짓지 않아도 방금 딴 싱싱한 채소를 얻어먹을 기회가 가끔 있다.

20여 년 전에 대가족이 함께 모여 살 때 얘기다. 우리 집에도 자가용이 있어야 겠다는 주제로 가족회의가 열린 적이 있다. 그날 회의의 결론은 -내가 아닌- 내 아내가 운전을 배워서 집안 일과 애들 유치원 바래다주는데 차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마흔을 훌쩍 넘기고서야 운전면허를 땄다. 그동안 하루 쉴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다 보니 면허시험 볼 시간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 운전면허 없는 변명이었다. 거기에 덧붙여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차를 갖고 움직이기 때문에 내가 어딘가를 가고자 하면 대부분의 경우 나를 태우고 갈 사람이 있더라는 것은 살면서 체득한 경험이다. 차 없이 산다는 것이 별로 불편하지 않았던 것이다.

유행성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놓을 때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국민이 한 명도 빠짐없이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 인구의 80~90%만 접종을 받으면 받지 않은 사람들도 그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10~20%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더라도 그 징검다리가 드문드문 놓이면 질병의 전파가 상당 부분 차단되기 마련이다.

살면서 많은 끔찍한 뉴스들을 접하게 된다. 최근에는 무슨 저축은행의 '남의 돈 갖고 장난치기'가 커다란 화제로 부상되었다. 돈 갖고 하는 장난이 상상의 수준을 넘어 애들 구슬치기 하듯이 한심한 작태를 연출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하는 불안감을 얘기한다.

'지독하기는 하지만 깨끗하다'는 평을 듣던 한 대기업마저 부정부패 사례가 드러나면서 한국 전체의 청렴도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보니 정말 많은 문제들이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그런 문제들을 모두 합치면 이 세상이 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신기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와 이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사실 따지고 보면 한줌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운다.

마음 착하고 세상을 반듯하게 살고자 하는 평범하지만 훌륭한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사회적 문제라는 질병이 멀리 퍼지지 않고 예방과 치료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는 다시 평온을 되찾는다.

부정부패와 각종 비리라는 무서운 사회적 질병조차도 그것이 통과하는 징검다리만 제거한다면 막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징검다리를 제거하는 힘은 세력가가 아닌 평범한 민초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은 역사가 가르쳐주는 진실이다. 그래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민중은 말이 없지만 똑똑하고 무섭다'고 했나 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2.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