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들은 “반값등록금 논란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먼지 털기 감사'”, “표를 의식한 감사”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고 한다. 마치 등록금 인상의 모든 원인이 전적으로 대학에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상황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반값등록금' 문제를 계기로 실태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더 이상 대학 재정운용의 정당성을 믿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주요 사립대 100곳에서 등록금에서 떼어내 쌓아둔 적립금만 8117억원에 달한다. 이 돈을 등록금 인하에 썼다면 학생 한 명당 82만원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사립대 재단 가운데 39곳이 학교운영을 위해 내도록 돼있는 법정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고, 11개 사립대가 주식투자로 날린 돈이 120억 원에 이른다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는다. 지난 10년 간 학생들이 두 배 가까이 치솟은 등록금을 감당하느라 허리가 휘는 동안 일부 사립대 교직원들은 평균 1억 원이 넘는 연봉 잔치를 벌여왔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도 드러났다.
상황이 이러니 감사원의 대학 감사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감사원은 각 대학들의 등록금 산정기준은 적정한지, 거품은 얼마나 끼어있는지, 대학의 적립금은 과연 교육적 목적을 위한 것인지 등등을 꼼꼼히 따져 등록금 산정의 기초자료는 물론 등록금 문제의 해법까지 내놓아야 한다. 재정 운용이 방만하고 부실한 대학도 이참에 가려내야 한다.
국민들은 대학 자체에 등록금 인하 여력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사실 재정낭비나 부실 회계 등으로 인한 누수만 줄여도 등록금을 내릴 여지는 충분할 것이다. 대학생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등록금 멍에를 벗겨줘 학문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감사가 돼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