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땐 이렇게…' 키스방 철두철미

여종업원 행동지침서 발견… '불쌍하게 보여라' 등 A4 6장 분량 적나라 둔산署 업주 2명 입건

'경찰 단속이 뜨면 실내등을 껐다 켜라' '유사(유사성행위) 했다고 하면 안 된다. 경찰에 대들지 말고 최대한 불쌍하게 보여라.'

이는 경찰에 적발된 대전지역 모 키스방에서 나온 여종업원 행동지침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컴퓨터로 작성된 A4 용지 6장 분량의 이 문건에는 현장단속과 향후 경찰조사 시 여종업원들에게 주문한 대처요령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단속 경찰도 이를 보고 아연실색했을 정도다. 이에 따르면 경찰이 업소에 들이닥쳤을 경우 '카운터에서 소리 지르기', '불을 껐다 켜기', '넘어져서 큰 소리내기' 등이 적혀 있어 업주들이 단속을 교묘히 피하고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밀실에서 남성과 함께 있다가 적발됐을 때에는 '키스만 했고 유사는 안했다', '(여종업원) 가방을 보자고 하면 압수수색 영장이 있느냐며 버티기' 등의 내용이 나와 있다.

이밖에 손님이 단속 경찰관인지 의심될 경우에는 '성행위와 관련된 말 하지 않기', 대기실에서 적발됐을 때에는 '놀러 왔다고 하기' 등의 변명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 조사와 관련해서는 '당일 경찰서로 가면 큰 건이고 다음날 나오라고 하면 별 것 아니다', '최대한 (경찰에) 불쌍하게 보이고 대들지 말기', 'DNA 검사에 겁먹지 말기' 등이 기록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문건 작성 여부에 대해서는 업주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종업원에게 배포된 뒤 사전 교육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적혀 있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키스방의 경우 성행위 현장을 적발하지 못한다면 키스만 했다는 이유로 여종업원과 남성을 현행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관련 법규 보완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둔산경찰서는 13일 키스방을 운영하면서 여종업원 6명을 고용한 뒤 남성들과 음란행위를 하도록 한 A(27·여)씨 등 2명을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업소 안에 침대 등을 갖춘 밀실 5곳을 마련하고 1회당 4만원을 받고 영업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