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교 대전보훈청장 |
몇 년 전만해도 현충일이면 각 가정마다 태극기를 조기로 게양하고,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묵념이 이어졌는데, 요즘엔 그저 현충일을 휴일로 여기는 것 같다. 황금연휴라는 말이 떠돌고, 모든 도로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꽉 막혔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현충일의 유래를 보면 단순한 휴일로 보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역사 기록을 보면 고려 현종 5년 6월 6일에 조정에서 장병의 유골을 집으로 보내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고 한다. 이렇듯 현충일은 24절기 가운데 하나인 망종(芒種)에 제사를 지내던 풍습에서 유래한 것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날이 황금연휴의 하루로 전락하면 안 될 것이다.
6월 25일 또한 가슴 아프지만 꼭 기억해야 할 역사다. 하지만 1950년 북한 인민군의 기습적인 남침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어야 했던 선조들의 마음이 요즘 세대들에게는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 대전지방보훈청에서는 얼마 전 대학생들을 위한 '보훈한마당' 행사를 가졌다. 행사의 프로그램 중 역사적 사건 및 지명, 호국인물 들을 서로 문제로 내고 푸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낙동강 전투', '철의 삼각지' 등 6·25관련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몇 년 후 사회를 이끌어갈 주역이 될 아이들의 이러한 역사의식 부재는 심각해보였다. 얼마 전 국사과목을 학교 교육과정의 필수과목에서 제외하는 문제를 두고 시끄러운 논쟁이 벌어졌었다. 과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현재의 우리나라의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 결국 역사의식의 부재가 국가관의 부재로, 더 나아가 국가안보의식의 해이로 이어지는 것이다.
작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도발이 있었을 때 국가관이 바로서지 못한 사람들로 사회는 불안함에 술렁였다. 정부가 천안함 침몰 원인을 규명할 민간·군인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원인이 북의 어뢰공격이라 규명하고, UN안보리는 천안함 공격을 한 북에 대한 규탄의 의장성명을 채택했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침몰 원인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으로 내부적 갈등이 빚어졌다. 올바른 역사관과 안보관의 부재에서 비롯된 일일 것이다.
'국가 안보'. 언뜻 보기에는 너무 딱딱하고 근접하기 어려워 보이는 단어다. 각 군에서야 철저한 교육으로 익숙한 단어일테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약간의 거부감조차 드는 단어다. 하지만 국가안보는 어려운 게 아니다.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아는 것, 그게 바로 국가 안보의 확립이다. 올바른 역사의식 확립으로, 외부의 위협에 국론을 하나로 통합해 대항할 힘을 키워야 할 것이다.
올해 국가보훈처의 주요 사업은 '튼튼한 국가안보 확립'이다. 이를 위해 대전지방보훈청에서는 '찾아가는 나라사랑 강연회'를 진행 중이다. 학교, 공공기관, 기업체 등이 신청을 하면 전문 강사가 직접 찾아가 강연을 해준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 등으로 나라사랑 안보교육에 대한 관심은 부쩍 높아져 신청도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행복과 번영은 지난 세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선열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호국보훈의 달도 벌써 반이나 훌쩍 지나버렸다. 남은 기간동안 애국선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까운 현충시설 참배나, 우리지역 참전유공자 찾아뵙기 등으로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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