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신]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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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신]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를 걷다

[문화초대석]박석신 목원대 교수

  • 승인 2011-06-12 13:01
  • 신문게재 2011-06-13 20면
  • 박석신 목원대 교수박석신 목원대 교수
▲ 박석신 목원대 교수
▲ 박석신 목원대 교수
매주 목요일, 대흥동에 있는 대부분의 갤러리들은 특별한 약속 없이 같은 날을 전시 개막일로 정해놓고 있다. 이날, 대흥동 뒷골목 선술집 여기저기에는 예술가들의 고뇌와 열정과 감동의 술잔이 밤새도록 계속된다. “목요일 저녁엔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로 오시라! 그러면 거기서 살아있는 예술을 만날 수 있으리라!”

그런데 그런 예술가들은 과연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대흥동은 몇 골목 안 되는 동네지만 어느 곳에 갤러리들이 자리하고 있고 예술가들이 자주 찾는 선술집들이 어디 숨어 있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실제로 내 주변의 몇몇 지인들은 전시장 위치를 몰라 수시로 문의해 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대흥동 골목길에 찾아볼 만한 전시장 둘레길(?)을 소개해 본다.

우선 중구청 정문 맞은 편 골목을 기점으로 걷기 시작하면 좌우 골목에 화구를 판매하는 화방과 필방, 한지전문점 그리고 표구점들이 늘어서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재료 판매점에 들르면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선물하기 좋은 수제 문구들을 구경할 수 있다. 가톨릭문화회관 쪽으로 계속 직진하다 보면 우리들 공원이 좌측으로 넓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들 공원에는 상시 공연할 수 있도록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매주 토요일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지고 있다.

일단 공연은 토요일에 보기로 하고, 우측 골목으로 접어들면 '쌍리 갤러리'와 '스페이스 씨' 그리고 '덕린 갤러리'가 골목을 지키고 있다. '쌍리갤러리'는 커피전문점과 함께 있어서 전시장에 들어서면 향긋한 커피 향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좋고, '스페이스 씨'는 일반 가정주택 2층을 개조하여 조성하였는데 오히려 그 점이 갤러리 공간을 더욱 독특하게 연출하고 있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와 우측으로 돌아서면 길 건너 대전 여자중학교 옛 강당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대전갤러리'가 보인다.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의 독특한 정취가 눈길을 끌고, 넓은 전시 공간으로 단체전시가 많이 열리고 있다. 대전여자중학교 담장을 쭉 따라가면 '이공갤러리'가 자리하고 있다. 다시 되돌아 나와 냉면으로 유명한 'ㅅ면옥'을 끼고 우측으로 돌면 '우연갤러리'가 나온다. 인상 좋은 관장님을 운좋게 만나면 전시 소개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 이공갤러리를 나와 지하도를 통해 큰 길을 건너면 대흥동의 갤러리들 중 가장 현대적인 건물의 갤러리를 만난다. 바로 '이안' 갤러리가 있고 작은 도로 건너편엔 대흥동 길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의 갤러리가 멋스럽게 뽐내고 있다.

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창작센터'다. 그 곳은 근대건축 건물로서 멋스러움이 있다. 자, 이쯤에서 전시장 관람에 피로해진 발을 쉬어갈 만한 장소가 있다. 눈도 즐기면서 발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여러 곳 있지만, 대전갤러리 맞은 편에 아기자기한 예술 소품을 판매하는 'ㄲ 아트샵'과 훼미리 관광호텔 맞은편에도 공예품을 판매하는 'ㅅ공방'이 있다. 이 곳에 들르면 주인장이 타주는 맛있는 차를 한잔 대접받을 수 있다. 처음 시발점으로 잡았던 중구청으로 다시 향하면 대흥동 터줏대감같이 현대갤러리가 기다리고 있다. 마치 전시순례를 마무리 해주는 것처럼….

그러나 순례자에게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지정된 대흥동 골목 안을 들여다보면 보도블록이 새로 깔리고 아름다운 간판 시범사업으로 재정비된 깔끔한 간판들이 눈에 띈다. 이러한 재정비 사업은 유흥 문화와 먹거리 문화만을 대표하듯 보여진다.

대흥동이 진정 문화예술의 거리로 자리매김을 하기위해서는 가장 기초가 되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기초적인 장치가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흥동의 변화된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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