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중구 용두동 '함께하는 공부방'에서 이곳의 대모인 윤정희(48)씨를 엄마라 부르며 때로는 친구처럼 모여 앉아 공부하고있다./김상구 기자 |
“엄마! 어딨어? 엄마!”
애타게 엄마를 찾으며 들어오는 아이들. 하나 둘이 아니다. 엄마를 부르며 들어오는 아이들만 십수명에 달한다.
중구 용두동 32-14 '함께하는 공부방'에는 이곳의 대모인 윤정희(48)씨를 엄마라 부르는 아이들이 17명이나 있다.
이 공부방은 정부 지원을 받는 기관이나 시설이 아니다. 그녀가 좋아 사비를 털어 동네의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고, 먹이고, 공부시키는 곳이다. 이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벌써 6년째다. 6년간 동고동락(同苦同)하다보니 자식처럼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윤정희씨의 인생사는 '나눔의 달인'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그를 아는 사람이나 이웃들이 내내 '대단하다'는 탄성을 절로 내뱉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눔의 삶을 일관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윤정희씨는 17명의 동네 아이들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7명 입양 아이들의 친엄마다.
하은(14), 하선(13), 하민(10), 요한(9), 사랑(8), 햇살(8)에 이어 오는 7월이면 가족이 되는 다니엘(3)까지 4남 3녀를 가슴으로 낳았다.
윤정희씨와 아빠 김상훈(52) 목사는 18년 전 결혼했다. 결혼 후 3번의 유산이 이어지자 윤씨는 결혼 전 기도하며 평생 장애인 아이들을 돌보며 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지난 2000년 입양을 시작했다.
평소 봉사를 다니던 '늘사랑아기집'에서 하은이, 하선이 두 남매를 얼굴도 보지 않고 데려왔다.
하은이는 간헐성 뇌사시 증세를 앓아 두차례 수술을 했고, 하선이는 입양 후 폐렴을 앓았다. 일반적인 병치레라 생각했지만 폐쇄성 모세 기관지염으로 폐 기능이 불가능해 폐 이식도 생각해야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더라구요. 오랜시간 병 수발을 하면서 돈으로도 병을 고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절망적이었어요.”
그 당시 윤씨는 하선이의 목숨만 살려준다면 자신의 신체를 기증하겠다고 기도했다. 기적같이 하선이의 병은 나아지기 시작해 지금은 건강한 중학생이 됐다. 윤씨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4년 전 자신의 신장을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기증했다. 김 목사도 2년 전 신장을 기증했다.
윤씨는 “사랑하는 딸 하선이의 목숨을 살려주셨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신장 기증을 했죠. 한치의 망설임도 후회도 없었어요”라고 회상했다.
윤씨는 하선이가 윤씨 가정의 입양대사(大使)라고 말한다. 하선이가 “많은 부모없는 아이들에게 가정을 선물해주고 싶다”고 윤씨 부부를 설득해 구순열이 있던 하민이, 안짱 다리로 걷지 못하던 사랑이, 퇴행성 발달장애를 가진 요한이까지 아픈 아이들을 차례로 입양해 현재는 건강한 모습을 되찾고 있다. 7번째 아이인 다니엘은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Kopino)다.
언제까지 입양 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한한 계속”이라고 말하는 윤씨의 웃음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그는 “어려움은 잠깐이지만 기쁨은 영원하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끌어 안고 싶다. 그게 행복”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