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작업시 원점 재검토해야
▲ 임연희 인터넷방송국 취재팀장 |
그런데 엑스포재창조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기본계획 및 개발계획 용역에 앞서 이미 엑스포과학공원에 들어가기로 결정된 시설물이 있다. 지난해 연말 시는 엑스포공원 내 휴관전시관을 리모델링한 뒤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소장품 중 일부를 지원받아 박물관을 조성하고 계룡산자연사박물관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는다고 발표했다.
공주시 동학사 입구에 있는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소장품을 대전서 전시하니 계룡산자연사박물관 분원과 다름없으며 시는 이미 박물관 조성을 위한 상호업무협약까지 체결했다. 당시 염홍철 대전시장은 계룡산자연사박물관과의 MOU로 풍성하고 알찬 엑스포재창조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고 의미를 담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 엑스포재창조사업의 실질적인 기본계획을 세운다니 지금이라도 자연사박물관 조성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과학공원 활성화가 주목적인 엑스포재창조사업에 자연사박물관이 꼭 필요한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대전은 전국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자연사박물관이 가장 많은 곳이다. 엑스포공원 맞은편에 위치한 국립중앙과학관은 최고의 자연사박물관으로 국내 유일의 진품 트리케라톱스화석과 공룡태아가 전시되어 있다. 학생들은 500원만 내면 공룡은 물론 한국의 자연사, 과학기술사, 기초과학, 산업기술, 우주에서 인간까지를 두루 보고 체험할 수 있다.
엑스포공원 인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는 국내 유일의 지질전문박물관이 있으며 천연기념물센터와 충남대·한남대자연사박물관에서도 무료로 방대한 동·식물과 지학(地學)자료를 볼 수 있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 국립중앙과학관과 대전의 여타 자연사박물관을 능가하는 특별한 전시물이 있는지 따져 봐야한다. 물론 박물관은 많을수록 좋지만 저마다의 효율성과 차별성은 갖춰야한다.
또 하나 볼 것이 엑스포재창조사업의 궁극적 목적인 과학공원 활성화 측면이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국내 최대 규모와 최다 소장품을 자랑하지만 관람객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다. 여기에는 성인 9000원, 초·중학생 6000원의 관람료도 한 몫 하는데 국립중앙과학관이 학생들에게 500원의 관람료를 받을 뿐 대전에 있는 나머지 자연사박물관은 모두 무료다.
엑스포 자연사박물관이 활성화 되려면 깜짝 놀랄만한 전시물이 있거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하는데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서도 인기를 얻지 못하는 소장품들이 대전에 온다고 큰 반향을 일으키긴 어려워 보인다. 또 주변 박물관이 무료인데 엑스포 자연사박물관만 비싼 관람료를 받으면 관람객의 외면을 받을 테고 공짜라면 박물관 유지운영비는 고스란히 대전시 몫이 된다.
대전시 관계자는 엑스포자연사박물관을 전통적인 박물관처럼 보지 말아달라고 했다. 대전의 IT와 4D기술을 결합한 체험형시설을 만든다는 것이다. 4D체험시설을 만들려면 지금의 전시관을 리모델링해 활용하면 되지 굳이 자연사박물관까지 만들 필요가 있는가?
5억5100만원을 들여 실시하는 이번 엑스포재창조 개발계획 용역은 기존의 학술용역들과 완전히 다르다는 게 대전시의 설명이다. 엑스포과학공원 56만0468㎡(17만평)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과 함께 용도변경은 물론 사업자, 개발방식 등이 정해지는 귀속력 있는 구체적 용역작업이다. 엑스포재창조에 자연사박물관이 꼭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전시물을 어떻게 넣을지, 향후 유지관리는 어떻게 할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한다.
가시지 않는 의문은 별 인기를 끌지 못하는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을 엑스포공원과 연결시키려는 발상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다. 소문에는 대전시의 관련부서 공무원들이 '그것은 안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는데도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계획이 누구에 의해,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추진되는지 확인되어야 할 것 같다. 시비와 논란이 있는 계획은 그 과정부터 투명해야 한다. 시는 이 계획을 꼭 추진하려면 그 과정부터 소상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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