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장 |
물론 이번 결정과정을 보면서 아쉬운 점도 없는 게 아니다. 본디 이명박 대통령후보의 공약대로 과학벨트 특별법에 충청권 입지만 명기했더라면 소모적인 지역간 갈등은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선택은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 달래기용으로 타 지역에도 일정한 몫을 떼어 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예산확보가능성은 염두에 두지도 않고 1조7000억원을 증액해서 대구·경북지역으로 1조5000억원을, 광주지역으로 6000억을 배분하다 보니 국책사업의 나눠먹기사례가 또 하나 추가된 셈이 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거점지구와 기능지구인 충청권에는 2조3000억원만이 배정돼 본래 예상 투자액에서 1조2000억원이 증발해 버린 꼴이 됐다. 더구나 부지매입비의 주체도 애매모호해 과학벨트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지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더구나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거점지구를 세종시로 결정했어야 맞다.
어쨌든 최근 중도일보는 '과학벨트 효과, 시민은 알고 싶다'는 기사를 통해 과학벨트가 지역발전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에 대한 설명이 실종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오랜 투쟁에 모두 지쳐버리고, 분산벨트에 실망한 나머지 언급을 꺼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학벨트의 효과를 국가와 지역차원으로 정리해보고, 과연 우리 지역주민들은 과학벨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뇌해야 한다. 우선 과학벨트는 대한민국의 기초과학발전을 가져와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오늘날 세계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선진 각국들은 미래의 성장 동력을 과학기술분야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원천기술의 해외의존도가 높다. 더구나 이공계 고급두뇌가 지속적으로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대학진학희망자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앞날마저도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노벨상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대한민국은 자원이 빈약한 나라임에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서 과학기술의 기여가 매우 컸다. 돌이켜 보면 70년대 대덕연구단지를 건설하고, 해외과학자를 유치해 오늘의 경제발전을 이룬 셈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남의 나라 과학기술을 모방하는 전략으로는 더 이상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행정, 비즈니스, 기초과학, 연구·개발(R&D), 산업인프라 등을 갖춘 지역을 선정해 새로운 연구시설을 구축하고,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한 융합연구를 사업화로 연계시키는 선순환 신산업패러다임을 창출하기 위한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지역차원에서는 만약 다른 지역으로 뺏겼더라면 충청민들의 정신적 공황과 그 후유증은 상상하기 조차 싫다. 더구나 대전의 과학도시 이미지는 구겨지고, 대덕특구는 우수인력의 유출로 빈깡통으로 전락하게 되었을 것이다. 곧 대전경제는 위축될 게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나 충청권 입지는 충청인들의 자존감을 세워주고 앞으로도 대한민국 과학수도로서의 위상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형의 경제적 자산을 확보한 셈이다. 특히 대덕연구단지가 2005년 특구로 지정된 이래 사업화의 활성화를 통해 매출액규모가 5배 증가한 것을 보면 과학벨트의 지역발전 효과도 기대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향상하고 충청권의 비약적 발전을 위해 충청권 지역주민의 능동적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 차원에서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싶다. 대전의 관문인 대전역에 장영실광장을 만들어 과학도시 이미지를 확보했으면 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다운타운에는 앙커시계가 세워져 매 시간마다 각 시대의 역사적 인물의 인형들이 오르간 연주에 맞춰 등장한다. 낮 12시에는 매시 정각마다 등장했던 12명의 역사적 인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해 비엔나의 과거와 역사를 웅변한다. 낮 12시에는 그 장관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모여 든다.
우리 대전역 장영실광장에 시계탑을 세워 과학적인 언어를 창제한 세종대왕부터 측우기와 해시계를 든 장영실 과학자 등 12명의 과학자를 시민들이 선정해 과학벨트 입지결정을 축하하는 차원에서 시계탑을 세웠으면 한다. 그래야 대전이 진짜 과학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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