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동일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충남대 교수 |
이제 충청권은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기초과학의 허브'로 조성함으로써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물론 국토의 균형발전을 책임져야 할 중차대한 역사적 사명을 부여받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충청권 전체 주민의 미래 삶도 과학벨트의 성공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내년 7월 1일, 세종특별자치시로 탄생하게 될 세종시와 세종시민의 운명은 이제 또 한번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그간 숱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어렵사리 세종시 원안을 지켜낸 세종시민들이 앞으로 국가와 충청권 그리고 세종시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크게 두가지다. 먼저 과학벨트 추진과정을 두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면서 중단없이 정상 추진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지금 과학벨트는 그 입지만을 서둘러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없다. 천문학적으로 소요되는 재정에 대한 조달방법도 불확실하다. 게다가 거점지구와 기능지구의 역할분담도 모호하다. 그저 약속어음 하나 건네받은 정도다. 그러니 세종시의 우여곡절을 속 다 태우며 지켜본 세종시민으로서는 결코 방심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 다음, 과학벨트가 반드시 지역발전과 연계되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과학벨트의 성공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의 성공적 사례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미국 남동부의 테크노밸리 '리서치트라이앵글 파크(RTP)'는 1950년대 담배와 목화를 주산지로 하는 전형적인 농업지대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첨단산업과 바이오산업 중심지로 탈바꿈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중심도시 랠리시, 더럼시 및 채플힐시 등은 3개도시를 연결한 삼각벨트를 조성하여 상생발전에 성공했다. 각 도시에 소재한 대학들은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했다. 과학벨트내 주민들의 일자리는 크게 늘어났고 소득은 급상승했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지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속에 미래에 대해 꿈과 희망을 갖게 되었다. 지역의 인재들이 육성되어 과학단지의 주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핀란드의 지역균형발전을 성공시킨 오타니에미 과학단지, 21세기를 이끌어 갈 세계 10대 첨단과학기술도시 인도의 실리콘밸리 방갈로드 등이 앞으로 세종시가 나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발전에 있어서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세종시와 세종시민들은 다시 태어나는 자세로 다음의 과제들을 착실히 풀어가야 할 것이다. 먼저 지역의 비전과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 과학벨트 기능지구 입지는 세종시 발전의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세종시의 비전과 목표는 세종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삶의 기회가 소외되는 사람없이 확대하는 것이다. 과학벨트의 성공적 조성을 통해 지역의 일자리 창출로 지역의 소득이 증대해야 하며, 지역의 인재가 육성되어 세종시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지역의 농업, 전통산업들도 과학벨트와 연계되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 지역발전의 성공적 사례뒤에는 지역 지도자의 빛나는 지혜와 용기가 있었다. 실리콘밸리를 조성케 한 스탠퍼드대 터만 교수, 소피아 앙티폴리스를 세계적인 과학도시로 변모시킨 지역정치가 라피드, 농촌 마을 미국 달톤시를 세계 최고의 카펫 도시로 만든 평범한 시골소녀 에반스가 바로 그 성공 리더십의 주인공들이다. 세종시도 미래를 보는 혜안으로 치밀한 전략을 만들고 지역의 대화합을 이끌어 낼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
끝으로, 과학벨트가 입지한다 해서 과학도시가 저절로 되지 않는다. 시민들의 과학적 사고와 활동이 지역발전은 물론 시민들의 삶과 연계될 때 명실상부한 과학도시가 된다. 외지로부터 새로 유입되는 사람과 문화에 대해서도 개방성과 관용성을 갖춘 세종시가 되어야 한다. 내년이면 세종시민의 위상과 역할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이제 세종시민은 과학시민, 특별자치시민, 그리고 광역시민으로 새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