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기천 전 서산시부시장 |
최근 들어 의원들에게 보좌관 배치와 의회사무직원 인사권 독립 문제가 부쩍 거론되고 있는데 우선 보좌관제에 관하여 고찰해 보고자 한다. 지방의원 보좌관제는 2006년, 서울시의회가 '인턴보좌관'을 배치한 것을 계기로 2007년에 전국 광역의회에서 도입을 추진하였으나 정부로부터 법적근거가 없고 어려운 지방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와 각계의 비판여론 등으로 무산되었다.
당시 행안부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광역의회 당 5명 내외의 4·5급 전문위원을 증원 조치하였다. 이후 서울시의회가 시정연구원에 인건비를 계상하고 시의회에 파견하는 형식으로 운영하려다가 적법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며, 경기도의회가 '정책연구원(보좌관)'을 두는 관련조례를 제정하였으나 경기도와 정부의 반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의원들이 보좌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보면 정책·입법자료 수집, 예산심의, 지자체 행정 감시, 민원상담 등에 있어서 전문성을 보완하고 의원의 부족한 일손을 덜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정부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법적근거가 없고 많은 예산이 소요되며, 말로는 보좌관이지 실제는 의원의 '개인 비서'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보좌관제도 도입에 있어 짚어 보아야 할 사항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먼저, 그동안 보좌관이 없어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면 그 실상과 함께 주민과 지역을 위하여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자 하는데 보좌관이 꼭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아울러 기능과 역할을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
다음은, 지금까지는 의회내부의 주장과 각 의회협의체에서의 논의, 정부에 대한 건의에 주력하고 있으나, 이에 앞서 주민들의 공감과 그에 소요되는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겠다는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진지하고 설득력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어서, 보좌관을 둔다면 그 자격기준과 임용절차, 신분, 배치 방법, 의원 임기후의 조치 대책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특히, 집행부 공무원과 대등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적격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엄격한 선발기준을 중요한 요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단지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면 대전시의회가 각 분야의 석·박사급 전문가를 채용하여 입법·정책과제를 연구·검토 지원하고 있음은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본다.
또한, 보좌관제를 도입할 경우 현재 사무처 조직과 공무원 정원에 대한 조정논의가 필요하다.
대전시의회의 경우 의원 26명에 사무처공무원은 74명이고, 이 중 5개 상임위원회의 전문위원실에는 24명의 공무원이 배치되어 있으며, 충남도의회의는 의원 45명에 공무원은 82명이고, 6개 상임위원회의 전문위원실에는 39명의 공무원이 일하고 있다.
즉 공적인 의정활동 면에서 본다면 지원인력이 크게 부족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일본 교토부(京都府)의회의 경우 의원 62명에 공무원은 47명이고, 충남도와 자매결연을 한 구마모토현(熊本縣)의 현의회는 의원 49명에 공무원은 45명이며, 보좌관은 물론 상임위원회에 전문위원실도 없음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는 그 존재만으로도 나름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고, 제도적인 한계와 현실적으로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풀뿌리민주주의의 큰 틀로써 이루어 내는 유·무형의 성과 또한 부인 할 수 없다. 다만 지방의원에게 보좌관이 있어야 한다면 그 이유와 부정적인 여론을 함께 묶어 공론화하되 그 출발점은 주민에게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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