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유배길에서 추사를 만나다 |
놀라울 정도로 다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추사의 발자취를 따라 그간 많은 연구 성과들이 축적됐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평전류나 시서화를 논하는 저서들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모두 하나같이 추사 인생의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제주도 유배를 꼽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시기에 관한 본격적인 탐색은 빈약하다.
저자는 이런 점에 착안해 추사의 제주도 유배 생활 9년을 집중 조명했다. 저자는 조선시대 유배 문화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시작해 자연스레 추사 유배 길을 열어 보인다.
유배란 죄인을 먼 지역으로 유폐시켜 그곳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형벌이다. 추사는 그의 나이 55세가 되던 헌종 6년 '윤상동 옥사 사건'에 연루돼 제주도 대정현에 위리안치됐다.
위리안치란 죄인이 적소에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시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유폐시켜는 형벌을 말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그곳을 산 무덤이라 부르기도 했다. 유배 초기 힘든 나날을 보내던 추사는 이내 학문에 몰두했다. 그를 찾아오는 인근의 유생들은 삶에 희망을 이어주는 끈이었다. 저자는 추사와 제주 유생들과의 만남에 주목해 추사가 제주 문화에 끼친 영향을 살핀다.
또 추사가 지인이나 아내에게 보낸 편지, 제주도에서 쓴 각종 시서화를 통해 생활인으로서의 추사를 그려낸다. 여기에 건강관리나 식생활 등까지도 빠짐없이 챙겼다. 푸른역사/지은이 양진건/284쪽/1만5000원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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