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선]삼성에 노동조합이 생길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종선]삼성에 노동조합이 생길까?

[중도마당]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 승인 2011-06-06 14:32
  • 신문게재 2011-06-07 20면
  • 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 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 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얼마전 노동관계 업무에 종사하는 지인들과 저녁을 같이 했다. 화제는 다음 달 시행을 앞둔 복수노조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한 지인이 삼성에 노조가 생길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참석자들의 의견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한 쪽은 “지금까지도 노조를 안 만들었는데 복수노조가 허용된다고 달라질 것이 있을까? 회사측이 지금보다 근로자 복리후생에 더 신경쓰고 기존에 있는 직장협의회를 더 활성화시키는 등 근로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것이며 설령 노조가 생기더라도 가입자 수도 적을 것이고 노조로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같다. 한마디로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다”라는 입장이었다.

다른 한 쪽은 “월급이 높다는 것만으로 근로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며 복수노조금지가 풀렸으니 현 직장협의회나 회사에 불만 있는 사람들이 당연히 노조를 만들 것이다. 일단 노조가 설립되면 가입자 수도 점차 늘어날 것이고 회사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입장이었다.

두 입장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삼성처럼 노조가 없는 곳에서는 노조가 생기는 것 자체가 관심사가 될 것이지만 현대자동차처럼 기존 노조가 있는 곳에선 새 노조가 언제 어떤 형태로 설립될 것이며 사측과의 교섭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복수노조는 개별기업의 문화나 그간의 노사관계, 노동조합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 일부에선 복수노조로 상대할 파트너가 많아지니 그만큼 교섭도 더 힘들어 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노동조합의 활동이나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실제보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물론 일부 대기업노조, 강성노조의 불법적인 파업이나 그들만의 노동운동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노사협상이 결렬되어 파업까지 가는 경우는 전체 유노조사업장의 2% 미만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사업장은 대화로써 협상을 마무리 하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의 정도를 나타내는 노조조직률도 2009년말 현재 9.9%로 OECD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복수노조가 시행되어도 당장에 많은 신규노조가 설립되지는 않을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가 보고 있다. 복수노조 시행으로 노조 수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선 큰 변화를 가져오긴 힘들 것으로 본다. 노조 설립이 용이해진 반면 개별 노조의 생명력과 영향력은 취약해질 수 있다.

현재의 단수노조 시대에는 기존 노조와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별개의 노조 설립이 어려웠던 반면, 기존 노조 집행부가 선거 등으로 교체되더라도 노조는 계속 존속하며 상당한 기득권도 인정받았고, 특히 유니온숍 협정이 체결된 사업장의 경우는 근로자가 입사와 동시에 조합에 자동 가입되고 노조에서 제명되면 해고까지 되는 관계로 노조가 조합원 눈치 안보고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사측과 적당히 야합하는 경우도 있었다.

복수노조가 되면 노조가 조합원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거나 사측에 제 목소리를 못낼 경우에는 조합원이 언제든지 탈퇴하고 새 노조를 설립할 수 있으므로 집행부가 항상 조합원의 의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보는 눈이 많으므로 노조운영이나 회사경영에 있어 그만큼 투명성이 요구된다.

7월 1일 현실로 다가온 복수노조시대! 노동계는 노동조합간 건전한 경쟁을 바탕으로 조합원이 중심이 되는 노조활동을 실천하며 경영계는 근로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