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우 부여군수 |
공정사회가 화두다. 최근 동반성장, 초과이익 공유 등 성과 나누기와 관련된 주요 이슈들과 나가수,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등 열린 방송이 대세인 이유도 이러한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위대한 탄생의 중국동포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코리안 드림을 이룬 백청강, 환풍기 수리공으로 신데렐라가 된 슈퍼스타 K2의 허각 등은 오히려 마이너이거나 루저에 가까운 사람이 최종 우승자로 선정되어 스타가 된 경우다. 시청자가 우승자의 손을 들어주는 글래디에이터형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결과다. 지금 우리사회에 부산저축은행, 프로축구 승부조작 등에 분노의 쓰나미가 몰아치는 이유는 바로 공동체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정이라는 룰이 깨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권력과 금력 등을 가진 자는 특권과 반칙을 당연한 듯이 여기는 풍조가 있다. 한국의 메디치 가문이라 불리는 경주 최 부잣집과 같은 명가가 사라졌다는 반증이다. 나눔과 절제의 미학으로 12대에 걸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400년을 이어온 최 부잣집 CEO와 같은 고수의 내공이 없기 때문이다. 권력은 10년이고,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고금통의(古今通義)의 교훈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이제 일부 계층의 특권과 반칙이 사라지고,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는 진정성 있는 신뢰와 소통의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권과 반칙이 팽배하고 우선시되는 사회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사회 구성원의 죄의식을 약화시키고, 집단 범죄의 최면을 앞세워 죄를 사면 해준다. 결국, 집단 사면은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듯이 잘못된 학습효과를 가져오고, 옳음과 그름의 경계까지 모호하게 만든다.
대대적인 의식개혁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른생활 실천을 위하여 어린 시절 도덕 교과서로 재학습하여 '참 잘했어요'라는 칭찬 스탬프가 필요해진 세상이 되었다. 방법은 평생학습에 있다. 우리에게는 비록 돌아갈 초등학교도, 칭찬 스탬프를 찍어줄 선생님은 없지만, 읍면동 주민자치센터 등 다양한 평생학습 인프라 기초가 구축되어 있다. 스킬과 콘텐츠의 문제는 아직 숙제이지만, 의식개혁과 평생학습의 매칭은 시대적 과제이자 필연이다.
모르면서 배우지 아니하는 것과 알면서 행하지 아니하는 것과 배운 것을 남에게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을 공자는 배움의 3가지 악으로 규정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열정만큼 고친다고 했다. 의식개혁 운동을 통하여 변화된 생각과 행동이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물론, 그동안 수많은 다양한 이름의 의식개혁운동이 있었지만 구호만 가득했고 실천이 뒤따르지 못했다. 공감대와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은 관주도의 시한부 운동으로 그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민의 참여와 협력은 성공의 열쇠이고, 실패의 빗장이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주민으로의 의식변화, 떼법과 억지가 통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데 우리 모두가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이익의 나눔이 아니라 가치의 나눔이 필요한 세상이다. 의식개혁 운동이 더욱 좋은 것은 비용이 들지 않고, 하면 할수록 행복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은퇴자와 여성 등 예비 고급인력을 활용한 의식개혁 나눔 운동이 광합성 작용을 일으켜 우리사회에 산소탱크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사회가 건강해지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없어진다. 사람의 의식은 하루아침에 변화하지 않는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여기에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은 가뭄에 단비다. 단비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