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게이로 사는 네 남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장편영화를 준비하다 고배를 마신 영화감독 문준,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로 광장을 누비고 다니는 병권, 게이 합창단에서 노래와 춤으로 끼를 발산하는 영수, 평범한 직장인인 욜은 애인과 특별한 사랑을 가꾸는 중이다.
이 사람들, 괴상한가. 비정상인가. 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털어놓는 이야기는 ‘나’로 살아가기 위해 남들보다 곱절의 용기가 요구되는 사람들치곤 평범하다. 너무나 솔직담백하고 당당해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들 뿐이 아니다. 많은 게이들이, 대부분이 용기 있게 얼굴을 드러내고 커밍아웃을 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혁상 감독도 성 정체성을 공식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1974년 서울,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성장기 역시 평범했다…하지만 동네 멋진 형들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뛰었던 것도 아마 그즈음이었던 것 같다”고 영화 첫 머리에 들려준다.
허울로 가리지 않은 솔직한 고백이,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활짝 웃는 밝은 모습이 한숨과 환희와 슬픔을 번갈아 빚는다. ‘타인의 취향’이 나와 다를지라도, ‘주류’의 의견이 아닐지라도 온전히 인정하자는 그들의 간절한 소망이 압축돼 있는 듯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대상에 해당하는 ‘PIFF 메세나상’, 한국독립영화협회로부터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됐다. 대전아트시네마.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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