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10점 만점에 5.4점
지도층 '노블레스 오블리주' 필요
▲ 하영효 산림청 차장 |
지난해 우리나라는 10점 만점 중 5.4점으로 조사 대상 178개국 중 39위에 머물렀다. 이 점수는 겨우 절대 부패로부터 벗어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부탄과 몰타 등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가 우리보다 앞선 것을 보면 평가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대형 부정비리 사건에 생각이 미치면 오히려 그런 마음은 부끄러움으로 바뀐다.
대형비리 사건은 대부분 사회지도층 인사가 관련된 경우가 많다. 저축은행 비리사건도 금융권 등 지도층 인사들이 줄줄이 관련돼 있다고 한다. 청렴을 말하면서 굳이 위아래를 따질 필요는 없지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을 되새겨 봄직하다.
부패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작용해 발생한다. 그 하나는 권력이고 다른 하나는 사적 이익이다. 다시 말해 권력을 이용해 사적이익을 챙기는 것이 부패다. 부패는 권력과 힘이 있는 곳에 존재하고 지나친 사리사욕으로부터 비롯된다. 선조들의 가르침이 이를 확인시켜 준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청렴하지 않고서 수령 노릇을 잘 할 수 있는 자는 없다”고 말한다. 또 율곡 선생이 말한 '군자가 지켜야 할 아홉 가지 생각(九思)'에는 '견득사의(見得思義)'라는 말이 나온다. 이득을 보면 그것이 옳은 일인가를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다. 이득이 정당하게 발생한 것인지 떳떳하게 취할 수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 그렇지 않다면 이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일 게다.
공정한 사회는 우리 정부가 국정운영의 기치로 내걸고 추진하는 핵심가치다. 원래 우리 사회는 개천에서도 용이 나는 사회였다. '개천의 용'들은 우리 사회가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는 높은 이상을 향한 목적의식과 '하면 된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국민 사이에는 강자와 가진자가 아니면 안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출발부터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불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 '약자'들의 생각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71%가 불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각종 부정부패 사건을 접하면 이러한 인식이 오히려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공정한 사회는 청렴에서 시작된다. 청렴은 공정사회의 필요조건이다. 청렴의 가치를 외면하는 사회는 부패한 사회를 낳고 부패한 사회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 '하면 된다'는 기대와 희망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선진국 진입을 말해 왔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지도 오래다.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주는 국가로 탈바꿈 했고 세계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 사무총장도 배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1인당 국민소득은 수년째 2만 달러 언저리를 맴돌고 정치문화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은 경제수준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려야만 실현가능하다. 깨끗한 사회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청렴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뉴질랜드·덴마크·싱가포르·스웨덴·핀란드 등은 지난해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9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얻은 나라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깨끗한 이미지가 떠오르고 한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들이다. 우리가 이들 나라만큼 깨끗한 사회만 된다면 모든 분야에서 세계 제일의 앞선 나라가 될 것이다. 청렴만이 공정사회를 이룰 수 있고 청렴한 나라만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외국의 깨끗한 선진사회를 보면서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과 실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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