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작금의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온갖 금융비리의 모습과 함께 한국사회의 지배계층의 치부가 속속들이 들어났다. 힘 받은 검찰의 놀라운 능력으로 꺼질듯하던 수사의 불길은 확산일로로 치달으면서 지금까지 장막 뒤에서 숨죽이고 있던 은밀한 이해당사자들의 다급함은 폭로 전으로 바뀌면서 우리 정치권은 서로 물고 뜯는 아비규환의 지경이다. 감사원의 은진수 감사위원이 수뢰혐의로 구속되더니 종국에는 저축은행들을 감독하는 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전현직 고위관리들까지 수뢰협의로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참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대한민국 권부의 모습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귀에 거슬리는 말은 여당이나 청와대가 '국민을 두렵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국민을 겁박하지 말라는 것인데, 이야 말로 국민을 우습게보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분명하게 밝히고자 한다.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하여 국민들은 이 추악한 금융비리의 백화점인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힌 후 관련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 하고 한국 금융시스템을 바로잡아 공정하고 정의로운 선진사회로 진일보하는 초석이 되기를 희망한다. 국민들은 그 과정에서의 어떤 고통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심각성은 여기서 확인된 문제들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가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번 저축은행사태와 유사한 금융사고는 예견되었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 금융기관 관리감독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경고도 했었다. 이제 와서 이명박 정부는 이번 금융비리와 관리감독체계가 안고 있는 난맥상의 근원이 노무현정부에서 비롯되었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스럽다. 아직도 전 정권 타령인가 하는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
백보 양보하여 이명박 정부의 강변을 인정해 주더라도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이 사태가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거나 진행 중인 정부조직개편이나 금융산업분야의 각종 금융개혁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존의 개혁노력들을 위해 동원되었던 각종 논리들은 어디 갔으며, 도대체 뭘 위한 개혁이었단 말인가. 현재의 저축은행 관리감독시스템은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부터 선진적 금융시스템의 구축이라는 명분아래 야심차게 구축한 것 아닌가. 수많은 전문가들의 반대와 우려 속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지주회사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을 회장으로 임명하여 세계적인 메가뱅크를 만들어야 한다며 고집하는 것은 무엇인가. 현재 수뢰혐의가 입증되어 구속 수감된 은진수 감사위원은 물론이고 조사대상이거나 국민이나 언론들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는 인사들의 대부분이 인선과정에서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임명한 사람들이다. 인사실패라는 비판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국정최고책임자이며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반드시 성공한 정부로 평가받기를 기대하며 돕고자 하는 마음이다. 따라서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가 두려워해야 할 진정한 대상은 수치를 모르는 가짜보수가 아니라 오직 국민이어야 만 한다. 국민의 눈과 마음을 통해 진정으로 그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이 정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하여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각종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소망교회 장로출신이면서 저축은행 로비스트로 활동하다가 현 사태가 불거지자 캐나다로 도피한 박태규씨에 관한 것이다. 검찰의 의지로 확인가능하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며, 이 사태의 공정한 처리결과에 따라 이명박 정부가 성공한 정부의 길로 접어들 것인가 또는 아닌가를 가름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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