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아우슈비츠에서 엄마를 잃은 에릭은 원수 세바스찬 쇼를 찾아다닌다. 다른 이유로 쇼를 찾던 찰스와 만나게 되고 둘은 CIA와 손잡고 돌연변이 부서를 설립한다. 젊은 엑스맨들을 모아 훈련을 시작하고, 절대 악 돌연변이 쇼는 핵전쟁을 일으키려 한다.
시작은 '뮤턴트'(Mutant·돌연변이)였다. 출판사가 이 제목에 제동을 걸었다. 코믹스를 읽는 연령층이 '뮤턴트'란 단어를 알겠느냐는 거다. 스탠 리는 고민 끝에 주인공들이 '특별한'(Extra) 능력을 가졌고, 리더의 이름이 '프로페서 X' 또는 '자비에'(Xavier)라는 점에 착안해 '엑스맨'이라고 이름 붙였다. '엑스맨'은 그렇게 세상과 만났다.
'엑스맨'의 출발점이 된 '프로페서 X'는 과연 누구인가. 그의 대척점에 서서 때론 맞서고 때론 돕는 '매그니토'는 또 누구인가. '엑스맨:퍼스트 클래스'는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가 각각 찰스 자비에와 에릭 랜셔로 불리던 과거로 거슬러, 두 사람의 이야기, 또 '엑스맨' 집단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들려준다.
엑스맨의 기원이라는 거대한 질문에 대한 명쾌하고 밀도 있는 대답이기도 하다. 돌연변이는 왜 생겨나는지, 엑스맨 집단은, 또 매그니토가 이끄는 '브라더후드'는 어떻게 왜 조직됐는지, 절친했던 찰스와 에릭은 무슨 이유로 적으로 갈라섰는지, 찰스는 왜 휠체어를 타게 됐는지, 매그니토는 왜 투구를 쓰는지 등등. 숱한 의문에 대한 대답을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돌연변이는 왜 생겨날까.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의 인체실험과 방사능 때문에 생겨났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1편의 첫머리 아우슈비츠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인류를 지배하려는 집단 '헬파이어 클럽'의 절대 악 세바스찬 쇼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핵전쟁을 도발해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려 하고, 이를 막기 위해 미국 CIA는 찰스와 에릭에게 도움을 청한다. 두 사람은 돌연변이들을 규합해 '헬파이어 클럽'에 대항할 수 있는 '엑스맨'을 만든다.
'퍼스트 클래스'는 이처럼 시리즈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프리퀄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시리즈 초기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돌연변이를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나란히 놓고 보듬었었다. 매튜 본 감독은 그 동질성과 이질성에 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되살리면서 그간의 의문에 대해 성의를 다해 대답하며,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끌어들여 재미까지 높였다. 거대 잠수함을 기지로 삼아 활동하는 헬파이어 클럽은 본드의 숙적인 스펙터를 연상시킨다. 세바스찬 쇼의 오른팔 엠마 프로스트 역시 본드 영화의 전통적인 여자 악역을 재연한다.
진 그레이와 로그, 스캇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들의 빈자리 역시 새 돌연변이들이 훌륭하게 메운다. 치명적인 에너지빔을 발사하는 하복, 어떤 환경에서도 빠르게 진화하는 다윈, 공간 이동 능력을 가진 아자젤, 아름답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엠마 프로스트 등 새 돌연변이들은 꽤 매력적이다. 액션도 화려하고 유머를 곳곳에 배치해 지루할 틈도 없다. '엑스맨' 시리즈의 상징인 울버린의 깜짝 등장은 큰 웃음을 선사한다.
스토리와 캐릭터, 액션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다. '엑스맨' 시리즈 중 단연 최고라 할 만하다. 제목 그대로 '퍼스트 클래스'(1급) 오락물이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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