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찬 대전대 교수 |
회사를 창립한 1975년 당시 사람들은 '컴퓨터' 하면 핵실험을 위해 개발된 장치를 떠올리며 건물의 한쪽 벽 전체를 차지하는 대형 컴퓨터 시스템을 생각했다. 그 컴퓨터 시스템에 단말기를 연결하여 간단하게 수치 계산을 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혜택 받는 특권층이라고 하며 뿌듯해했다. 그랬던 시대에 그는 대형 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는 소형 컴퓨터의 미래를 예상하고 회사 이름에 '마이크로(Micro)'라는 단어를 집어넣었다.
모든 사람들의 집과 사무실 책상에 개인용 컴퓨터(PC)가 올라가는 그날을 예상했던 것이다. 이것이 비전(Vision)이다. 또한 빌 게이츠는 컴퓨터와 프로그램이라는 개념만이 존재했을 때 이미 소프트웨어라는 새로운 방식의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프트(Soft)'라는 단어도 집어넣었다. 컴퓨터를 사면 프로그램은 무료로 딸려오거나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는 소프트웨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사고파는 시대를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써서 세계적인 인물이 된 조안 롤링은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이 아니다. 스코틀랜드 지방에 있는 엑세터 대학 불문학과를 다녔고 포르투갈 등지를 떠돌며 영어교사를 하는 등 내세울 것 없는 학력과 경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이혼을 하고 딸을 낳아 혼자 키우는 싱글 맘으로 살아가다가 나중에는 기초수급대상자 신세를 지기까지 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워낙 옛날이야기를 좋아했다. 어느 날 런던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해리포터 이야기를 구상했고 그래서 몇 장을 급히 써서 출판사에 보냈는데, 원고를 읽은 출판사가 관심을 보이며 계속 써 줄 것을 요청했다. 그것이 오늘날 성공을 거둔 '해리포터'의 시작이다. 그녀 스스로가 마법의 힘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이 상상력이다.
조안 롤링은 이 소설로 일약 세계적인 부자가 되었다. 재산만 1조4000억 원이고 '해리포터'를 통한 영국의 경제 효과는 300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말하자면 영국 경제를 먹여 살리는 인물이 된 것이다. 이야기 자체는 별것 아니지만 고난 속에서 성공 신화를 거두었기 때문에 그녀의 성취는 더욱 값진 것이었다. 하버드대학 졸업축하연설에서 그녀가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을 바꾸는 데 마법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자신은 이미 그것보다 더 나은 상상력이라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상상력은 인간만이 가진 능력일 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것도 보이게 하는 능력으로 발명과 혁신의 원천입니다. 여러분들은 이러한 능력을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기를 바랍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후발기업들의 대약진 결과 이미 정글이 되어버린 기존의 IT시장 속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IT기기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킨 결과 자신만의 영역에 자신만의 깃발을 꽂아나갈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출시하는 자리에서 “애플은 변함없이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휴먼테크의 시작을 공표한 것이다. 이것이 창의성이다.
스티브 잡스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 양부모에게 입양되었다. 대학을 한 학기 만에 물러난 그는 젊어서는 히피문화에 열광했고 한때는 동양문화에 심취하여 인도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그런데 이 뒤죽박죽의 문제의 인물이 특별한 기술도 없이 특별한 아이디어만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유일한 문제점은 그들이 센스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커다란 문제입니다. 그들은 고유의 정체성이 없으며 그들의 제품에는 문화가 담겨 있지 않습니다.” 경쟁자를 향한 스티브 잡스의 발언이다.
빌 게이츠의 비전, 조안 롤링의 상상력, 스티브 잡스의 창의성 이 세 가지 생각이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항상 인간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녹아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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