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7일간의 기적'은 일주일간 물물교환을 통해 아주 작은 물건이 남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물건으로 바뀌는 기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구제역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한 것으로 희망의 송아지를 기증한다고 했다.
지난해 겨울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구제역 파동에 휩싸인 바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 곳곳에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 수백 만 마리에 이르는 가축들이 살처분되었다. 구제역은 전염 속도가 매우 빨라 구제역이 발생하면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인근 지역 가축들까지 죄없이 땅 속에 묻혀야 했다. 또 농촌 지역에는 방역 초소가 곳곳에 설치되어 지나가는 차량마다 소독을 하고, 어떤 마을에서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외부 차량을 엄격히 통제하기까지 했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구제역에 대한 공포와 갑작스런 재난을 맞은 축산농가에 대한 안타까움도, 어느 순간부터 뉴스에서 사라지더니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도 잊혀진 듯했다. 현대사회가 워낙 바쁘게 돌아가고 일본 대지진을 비롯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일 터지니, 나 역시 구제역은 까마득한 일처럼 잊고 지냈다.
그렇지만 이번 방송에 출연하면서 그 당시 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지금도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젖소를 키우던 농가는 돼지나 한우보다 살처분된 수가 적었지만 젖소가 2년 이상은 커야 우유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원상복구가 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지난 3월 정부가 구제역 종식을 선언했고 매몰 보상비만 1조8000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젖소 농가의 경우 구제역 이후 젖소 가격이 서너 배나 올라 보상비를 받았어도 빚만 더 늘어난 셈이라고 한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고향이며 대학을 건립한 논산은 예산, 공주, 홍성 등지와 함께 축산의 고장으로 꼽힌다. 우리 대학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주변에 축산 농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논산에서도 지난 2월쯤에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다행히도 크게 번지지는 않아 구제역 피해에 대한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참으로 딱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번 방송에는 나 외에도 다른 사회 저명인사들도 함께 참여하여 젖소 송아지를 사기 위한 경매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가장 많은 액수의 기부금이 모인 것이라고 해서 참여했던 사람들 모두에게 즐겁고 보람된 시간이 되었다.
요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데, 사회지도층이나 상류층은 그가 누리는 만큼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의무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서양에서 들어온 말이지만, 우리 옛말에는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고 했다. 모두들 가난했던 시절에 우리는 아주 작은 것도 서로 나누고 도와주는 양속(良俗)이 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도 서로 도왔는데 여유가 생기고 난 다음에야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내가 출연한 그날로서 그 프로그램이 마지막 방송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 방송이 폐지되었는지 모르지만, 일반인들에게 나눔의 즐거움을 보여주었던 아름다운 프로그램이 사라진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내가 가진 작은 것 하나가 점점 커져서 소외된 이웃에게 기적이 되어 돌아가는 과정은 기부의 기쁨과 위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대중에 대한 텔레비전의 위력을 생각할 때 '콩 한쪽이라도 나눠먹는다'는 우리의 아름다운 풍습을 다시 일깨워주는 좋은 프로그램이었기에 참으로 아쉬운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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