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복지환경의 변화와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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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환]복지환경의 변화와 그 이후

[NGO소리]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 승인 2011-06-01 14:20
  • 신문게재 2011-06-02 20면
  • 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 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 최주환 대전사회복지관협회장
복지환경이 날로 척박해지고 있다. 총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그 내용과 질은 엉뚱한 방향으로 줄달음 치고 있는 형국이다. 집권자의 철학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고착화되어 가고 있어서 사회복지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복지환경이 변화의 격랑에 휩싸이게 된 배경은 다소 길다.

세계 제2차대전이 끝나갈 무렵 미국과 영국은 공통의 경제적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두 나라는 재정관리협약을 체결하고 적극적인 재정관리를 시작했다. 양국의 안정적인 재정관리 경험은 국제통화기금과 같은 국제적인 재정관리 기관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 체제는 초기에 비교적 성공적이었으나 경제운용 시스템이 서로 다른 국가 간의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국가 간 불균형의 와중에서도 세계경제의 중심이 된 미국은 자국의 통화를 세계경제의 기축통화로 만들었고, 그로인해 세계경제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었다. 그 당시 세계는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바탕으로 하는 포드주의에 머물러 있었지만, 경제의 세계화를 경험한 나라들을 중심으로 경제운용의 기조를 포스트 포드주의로 이행시켰다. 포스트 포드주의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경제의 바탕이 공장에서 은행으로 옮겨갔다는 말이다.

미국중심의 경제질서는 당연히 미국적인 재무관리기법의 세계화를 가져왔다. 단기간의 자본이동이 국가 간에도 가능해졌고, 최고의 이익을 찾아서 움직이는 자본과 자본의 논리가 세계를 점령했다. 개인의 자유와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주의를 최우선적 가치로 여기는 미국적 가치관은 미국을 흠모하는 학자들이나 관료들에 의해서 모든 나라에 분별없이 이식되었다. 시장맹신주의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자유주의의 연장선이자 강화다. 그 주요내용은 개인의 우월성, 선택의 자유, 시장의 안정성, 자유방임과 민간의 참여다. 국가정책과제로는 작은 정부, 민영화, 규제의 철폐, 세금의 감축, 국가 간 무역의 자유화 등을 지향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복지국가의 이상을 단호히 거부한다.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고 비국가적과정의 활성화를 강조한다. 세계화된 경제의 필요에 대응하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강조한다. 시장제일주의적 국가론자들은 과부하된 국가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의 부담도 지나치다고 아우성이다. 기업들은 값싸고 씩씩한 노동력이 세계에 널려 있는데 굳이 자국에서 고임금에 허덕일 이유가 없고, 국가의 고용정책도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높여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사회상황도 서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으로 진전되고 있다. 사회적 연대나 사회적 지지 같은 개념은 개인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었다. 시민과 공동체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국가의 책임은 민간에 떠넘겨지고 있다. 국가는 감사와 평가를 통해서 민간의 분발을 재촉한다. 복지국가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관심은 명분만 남았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복지국가론을 썰물에 밀려나는 배와 같다고 조롱한다.

이와 같은 정황만을 놓고 보면 인간의 존엄과 정의를 두 축으로 하는 사회복지는 그야말로 뼈만 남은 꼴이 됐다. 그러나 사회경제적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없는 사람들과 함께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필자로서는 이런 흐름이 절대로 오래 갈 수 없다고 확신한다. 반세기 동안 철저하게 이윤을 중심으로 세계를 재편한 결과가 너무 참담하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론이 국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국민의 의존적 경향을 증대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을 보완하는 제도적 대안을 만들어서라도 우리 시대를 인간의 시대로 되돌려야 한다.

쓰나미 같은 거대한 조류가 우리 앞에 버티고 있지만, 사람과 정의가 빠진 그 어떤 흐름도 역사적 승자가 된 일이 없다는 세계사적 진리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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