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건강 속속들이 '주민 주치약사'

환자건강 속속들이 '주민 주치약사'

약국계 '얼리어답터'… 약 전산화 작업 등 변화 시도 의약분업 이전부터 월평동 자리 '터줏대감' 役 톡톡

  • 승인 2011-06-01 14:18
  • 신문게재 2011-06-02 11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중도일보 창간 60주년 동네의원 살리기 캠페인 우리동네 주치의] - 4.메디팜 큰사랑 약국 조영연 약사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약국에 큰 변화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의약 분업으로 약국들은 병원 주변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고, 동네 약국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동네 구멍가게들이 하나둘 사라져가듯 동네 약국은 살아남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 동네 약국의 정리 단계(?)를 지나 지금은 종합병원 앞의 문전 약국과 대형 약국, 병원 밑의 약국 등만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의약 분업 이전에는 감기 기운을 보이면 병원이 아닌 약국을 갔던 기억이 납니다.

약사에게 증상을 설명하면 증상을 듣고 약을 조제해 주셨지요.

지금의 1차 의료기관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의약 분업 이후로 이같은 광경은 아예 사라졌습니다.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이 없으면 약 조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전문 의약품으로 분류된 약은 의사의 처방전이 없으면 약사의 판단대로 판매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제가 만난 조영연 약사는 의약 분업 이전부터 서구 월평동에 자리를 잡아 지금도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약 업계의 현황과 문제점, 바뀌어야 할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고요.

병원에 따라 약국을 옮겨다니기 마련이지만 조 약사님은 오랜 단골 고객(?)이 많은 약사 중 하나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통상 약국들이 병원 처방전과 일반 환자비율이 8대2나, 7대3정도지만 조 약사님은 그 비율이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병원 처방전 환자보다 일반 환자가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오랜시간 환자들의 상태를 기억하고 먹던 약을 기억해주고, 함께 먹어서는 안되는 약을 설명해주고…. 주치의 같은 주치 약사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 메디팜 큰사랑 약국 조영연 약사는 약국은 치료의 개념이기보다는 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진=김상구 기자
▲ 메디팜 큰사랑 약국 조영연 약사는 약국은 치료의 개념이기보다는 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진=김상구 기자
“환자도 소프트웨어도 변하는데 왜 약국은 변하지 않을까요?”

메디팜 큰사랑 약국 조영연 약사(63)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얼리 어답터 (early adopter)'로 유명하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변화를 가장 먼저 시작하고 변화를 예측하는 힘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조제실 변화, 약 전산화 작업 모두 남들보다 앞서 시작했다.

조 약사는 99년 약국을 이전 개업하면서 전산시설을 갖추고 전산 입력만 전담하는 직원을 채용했다.

당시에는 전산화가 되기 이전이었다.

바코드 생성 기계를 구입해 일일이 약품마다 바코드를 등록하고 약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약의 유통기한과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조 약사가 전산화 시작 후 2~3년이 지나서야 약 업계에 전산화가 시작됐다.

조제실도 대학병원 시설 못지않은 규모와 시스템을 갖춰놨다.

기존의 약국 판매 방식이 환자들이 약을 볼 수 없고 선택권도 없었지만, 다양해지고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 진열 판매를 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

중앙대를 졸업 후 70년대 조 약사는 울산에 개국을 했다.

10년간 현대자동차 공장 앞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조 약사는 지난 1985년 대전으로 약국을 이전했다.

부여가 고향인 조약사는 종손이었고 집안 대소사를 보기 위해 고향 동네로 귀향은 당연했다.

85년 이후 조약사는 대전지역에서 동네 약국을 10년간 운영하다 새롭게 건물을 짓고 대형약국을 만들어 지난 1999년 월평동으로 이전했다.

의약 분업이 시작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그는 병원 근처를 선택하지 않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조금더 친절하고, 조금더 환자들에게 다가가면 어디를 가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의약 분업이 시작되고 동네 약국이 문을 닫아가고 있었지만 그는 꿋꿋이 터줏대감 자리를 지켰다.

조약사는 약국은 치료의 개념이기보다는 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덕분에 동네 주치의처럼 주치 약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 의약품과 건강 보조식품 등이 넘쳐나고 있는데 환자들이 임의적으로 선택하도록 하지않고 치료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환자들을 케어하고 관리하려고 해요. 약국도 동네의원처럼 옮겨다니기보다 단골약국을 만드는것이 좋습니다.”

오랫동안 다닌 동네의원이 나의 건강상태를 잘 알고 질병에 따른 빠른 조치가 가능한 것 처럼 약국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소화력이 약한지, 어떤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상태를 기억하고 있다가 그에 따른 복약지도와 약 복용을 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약을 같은 질환의 환자에게 사용했다고 효과는 같지 않다.

부작용이 있을수 있고 환자에게 맞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주치 약국을 만들어 놓으면 그때그때 약사와 상의할 수 있고, 약물 오·남용이나 과다 복용 등을 막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조약사는 처방전 리필제도와 성분명 처방은 꼭 변화돼야할 제도라고 말한다.

외국은 이미 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 환자들에 대해 한번의 처방전으로 3회~최대 6회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있는 리필제를 실시하고 있다.

환자가 약이 맞지 않거나 몸의 변화를 느낄 경우에 병원에 재진 신청을 하면 된다.

하지만 현재 국내는 무조건 병원을 찾아 처방전을 받아야만 약을 처방받도록 하는 시스템이 운영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조 약사는 “약 업계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변화 바람을 맞고 있지만 약사들도 변화에 앞서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나부터 노력하고 모범을 보이는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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