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열 바로세움병원 스포츠의학센터장 |
칸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토벤은 산책 도중에 떠오른 악상을 바탕으로 그 유명한 운명 교향곡을 만들었고, 루소는 걷지 않으면 사색할 수 없다고 말할 만큼 걷기를 좋아했다. 간디도 비록 운동은 싫어했지만 산책은 무척 즐겼고 산책하는 동안 그의 위대한 사상들을 정리했다고 한다.
이처럼 걷기란 겉으로 볼 때는 육체적 움직임에 불과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신적인 작용이 강한 행위다. 그러다 보니 가만히 있을 때보다 걸을 때 사고력이 높아지면서 연상 작용이 더 잘된다고 한다.
따라서 규칙적으로 걷기만 해도 집중력과 추상적 사고력이 약 15% 이상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것은 걷는 동안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져 뇌에 산소 공급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신진대사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걷게 되면 뇌가 총명해져 중추와 말초신경에서 전해오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지각 중추의 기능이 활발해진다. 때문에 걷는 동안 뇌는 활발하게 움직이게 되고 그 결과 뇌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보면 걸을 때 별생각 없이 걷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복잡한 과정을 하나하나 거치면서 걷는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뇌에서는 발밑은 안전한지, 미끄럽지는 않은지, 방향은 잘 잡았는지 지속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그 판단력에 따라 발바닥과 발목의 각도를 조절하고, 발바닥의 압력을 줄이거나 높이기도 하며, 양팔을 흔드는 각도와 강도를 통해 몸의 균형을 적절하게 잡아주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이 너무 순식간에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피부로는 공기의 온도를 느끼고, 코로는 냄새를 맡고, 눈으로는 지나가는 경치를 관찰하고, 귀로 소리를 듣기까지 한다.
걷는 동안 우리 몸은 모든 감각을 동원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러한 정보들은 끊임없이 뇌로 전달되고, 뇌는 나름대로 분석과 판단을 내리는 이런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걷기 운동이 뇌 기능을 활성화시켜 뇌의 노화를 늦춰주거나 치매를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는 이유도 모두 이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지금 당장 운동 행위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반응할 뿐만 아니라 지난날의 운동 능력을 기억해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롤러스케이트를 탄지 20여 년이 지난 사람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려고 할 경우 약 10분만 타보면 20년 전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실력이 그대로 발휘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뇌가 20년 전의 운동 능력을 기억해내 적절한 명령을 몸에 내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질병에서 회복되는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60대에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경우 젊은 시절에 운동을 한 사람과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의 회복 속도가 무척 다르다고 한다.
운동을 한 사람은 비록 신체 일부에 마비가 왔다고 해도 몸이 예전의 운동 능력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다.
걷기 운동 자체는 육체적 행위지만 정신적인 것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걷게 되면 뇌 속을 흐르는 피의 양이 늘어나 혈관이 넓어지고 신선한 산소 공급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누구나 걷기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주면 몸이 건강해질 뿐 아니라 뇌 기능이 좋아지면서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 치매는 미래학자들이 21세기 인류의 삶을 위협할 3대 질병 가운데 하나로 꼽은 것으로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는 질병이다. 이러한 치매를 예방하고 뇌를 건강하게 하려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걷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한 번에 1시간을 걷든, 10분씩 6번으로 나누어 걷든, 효과는 비슷하다. 만약 지금까지 걷는 시간이 부족하였거나 소홀히 한 사람은 지금 당장 본격적으로 걷기 운동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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