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중 부국장·체육지방팀장 |
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사실이 새삼 부끄럽게 한다. 지난해 자살자가 2만명이 넘었으니 얼마 전 일본을 휩쓴 지진해일(쓰나미)을 우리는 매년 겪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자살률이 이렇듯 높은 이유는 노인 자살이 많기 때문이다. 75살 이상의 초고령 노인으로 가면 자살률이 다른 나라의 20~30배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노인 자살 문제는 그 심각성에 비해 사회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노인 자살은 1990년대에 빠르게 늘기 시작하여 2000년대 이후에는 몇 년 사이 두 배씩 느는 등 무서운 속도로 치솟지만 여전히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사망 통계 자료에 따르면 80세 이상 노인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127.7명으로 1999년(47.3명)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60대는 28.9명에서 51.8명으로, 70대는 38.8명에서 79명으로 급증했다. 10대(5.1→6.5명), 20대(13.1→25.4명), 30대(17.3→31.4명), 40대(21.3→32.8명), 50대(23.2→ 41.1명)보다 훨씬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10대 자살률과 80대 자살률을 비교하면 20배의 차이를 보인다. 전체 자살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 비중은 해마다 25~30%를 차지하고 그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자살자 수가 많았다.
그렇다면 왜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가?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아직은 노인문화에 대한 이해부족과 노인문제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오늘의 노인들은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제2의 인생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 준비가 아직 덜 돼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빚어지고 있다. 또한 처절한 외로움도 원인중 하나다. 이러한 것들은 최근 노년문화에 대한 거대한 담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노인들의 자살은 노년 질병을 사회 의료체계가 나눠 맡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인 대부분이 국민연금 등 소득보전체계를 갖고 있지 못한 가난한 현실과 떼놓을 수 없다. 또한 자살 성공률이 높은 것도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4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3.3%)보다 훨씬 높은데서 시사하는 바 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인 자살에 대한 경각심을 더해 실태조사와 예방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문득, 시인 김형영의 '따뜻한 봄날'이 생각난다.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중략)/ 봄구경 꽃구경 눈감아 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 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 하시나요/ 솔잎을 뿌려서 뭐 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부모들의 자식 걱정은 이러한데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줘야하나…. 가슴이 답답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