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희정 충남도지사 |
지난 4ㆍ19에 즈음하여 도 간부회의에서 “집안이든 국가든 기념해야 할 일은 정확히 기념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적으로 기념식이 열린다고 해도 역사적 의미가 큰 기념일은 지자체도 챙겨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현충일과 6ㆍ25 역시 모든 국민이 기억하고 추념해야 할 매우 중요한 기념일이므로, 우리 도 차원에서도 예우를 다해 챙겨 나가고자 한다. 공교롭게도 6월에는 6ㆍ10 민주항쟁기념일도 있다.
흔히들 4ㆍ19, 5ㆍ18, 6ㆍ10 민주항쟁기념일은 진보인사들의 행사이고, 현충일과 6ㆍ25는 보수인사들의 행사라고 구분 짓는다. 그래서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면면도 사뭇 다르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조국의 부름을 받고 싸우다 희생하신 분들의 애국의 공을 우리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희생하신 분들 역시 대한민국의 애국유공자이심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보수와 진보에 상관없이 이 애국과 희생의 가치를 기려나가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 아버지는 6ㆍ25참전 용사이시다. 그리고 장인어른은 6ㆍ25 전쟁으로 북쪽에 재산을 다 놓고 오신 분이다. 그 분들 입장에서 독재를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자 거리로 나섰던 아들이자 사위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서로 이해하고자 노력할 때 차이는 극복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전쟁, 쿠데타, 독재 등 20세기가 남긴 갈등의 골을 극복하지 않고 새로운 21세기로의 도약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제 보수와 진보의 '차이의 논쟁'보다는 어떻게 우리 국민이 마음을 하나로 합칠 수 있느냐의 '통합의 논의'가 필요할 때이다. 지난 시절 선열들이 목숨을 바쳐 지키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일 것이다. 그 분들은 조국의 자유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소중한 생명을 초개와 같이 바친 것이다.
애국에는 보수와 진보가 없다고 믿는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사랑하는 자식과 남편을 바쳤던 분들이라면 보수와 진보에 관계없이 함께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취임 이후 틈만 나면 양 진영의 국가유공자 분들에게 말씀드려오고 있다. 조만간 이러한 나의 이 제안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앞으로 지켜나가야 할 가치 또한 보수와 진보의 낡은 잣대가 아닐 것이다. '강한 자 바르게, 약한 자 힘주는' 참다운 정의의 실현이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람 사는 세상'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현안들도 대립과 갈등의 관점을 넘어 대화와 타협의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내 주장만이 옳다는 절대적 가치관 하에서는 생산적인 대화는 불가능하다.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는 상대적 관점에서 함께 합의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규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규칙 위에서 정정당당히 경쟁하고, 함께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바라는 선진 사회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를 만들었을 때, 호국선열들의 희생이 더욱 값지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예로부터 애국지사가 많은 충남도의 도지사로서,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 대한 예우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고, 그 자손들이 어려움이 없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호국의 달, 민주주의 달 6월의 의미를 함께 새길 수 있기를 바라며, 삼가 순국영령들의 명복을 빌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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