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롱한 눈빛에 관객들의 영혼은 홀린 듯 전율했다. 신비롭고 자연스러운 미소! 무대 위 그녀는 제자리에 멈춰 있어도 움직이는 듯 보였고, 표정이 바뀔 때마다 얼굴 생김새가 달라져 마치 저마다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마력을 지닌 신비한 표현력은 자석같이 사람을 끌어당겨 그 가슴속에 감동을 새겨주었다.…<본문 中>
▲ 매혹된 혼 |
'조선의 백조'였던 최승희는 남과 북 모두에서 버림받아 정작 돌아갈 쉴 고향이 없었다. 평생을 '새장에 갇힌 새'로 살아야만 했다. 그녀의 춤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위태로이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그 눈부신 불꽃을 지키기 위해 최승희는 현실의 어둠과 끝없이 싸웠다. 정치도 이념도 알지 못했다. 그녀의 무기는 오로지 혼신의 힘을 다해 추는 춤뿐이었고, 그녀의 신념은 오직 진실한 예술이야말로 동서양도 남북이념도 뛰어 넘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그 눈부신 열정이 모든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4남매 중 막내였던 최승희는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좋고 성적이 우수해 소학교를 4년 만에 졸업했다. 그 뒤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에 진학했으며 끼니를 거를 정도로 집안의 경제사정이 나빠졌으나 우등생으로 장학금을 받았다.
숙명여학교를 졸업하고 몇 번이나 동경음악학교와 경성사범학교의 진학을 희망했지만 높은 점수를 받고도 연령 미달로 그때마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의 큰오빠 최승일은 동생의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세계적 거장 이시아 바쿠의 조선공연을 주목하게 된다. 그녀의 새로운 인생을 결정짓는 사건이었다.
그녀는 이시아 바쿠에게서 배운 현대무용을 조선의 전통무용에 덧입히고자 노력했다. 한성준 등 전통무용 전수자를 추종하며 배운 우리 무용에 신무용을 과감히 접목시켜나갔다. 새롭지만 여전히 한국적인, 아름다운 춤사위를 만들어냈고 직접 그 아름다움을 구현해냈다.
1926년 처음 무용을 시작해 1964년까지 무대를 떠난 적이 없는 최승희는 38년 동안 무려 3000회에 거쳐 무대에 올랐다.
이 책에는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과 예술, 성공 스토리가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환상과 현실을 경계 없이 넘나들고 있다. 동서문화사/지은이 고산(고정일)/360쪽/1만20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