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희 전 대전MBC 부장 |
-권위 있는 학술지에 등재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PD는 프로그램으로 말하고, 학생은 성적으로 말하면 되는데 인터뷰하는 것이 좀 부담스럽다. 하지만 박사과정을 마치고, 발걸음을 떼는 첫 작품인 논문이 방송 현장이나, 언론정보학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격려를 받은 것 같아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다.
-'웹2.0과 라디오의 동행', 제목에 대해 설명해달라.
▲제목이 좀 섹시한것 같지 않나? 사실 논문 게재의 행운이 제목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라디오는 내 고향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 고향의 생명력이 질기다. 쉽게 사그라들 것 같은 미디어인데 그렇지 않다. 내가 입사할 때만 해도 라디오는 라디오의 강점을 살린 프로그램들에서 전설이 만들어지던 시기였다. '여성시대', '푸른신호등', '별이빛나는 밤에', '싱글벙글쑈', '라디오 시대', '격동 50년' 등. 컬러TV와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경영이나 수익 면에서 늘 뒷전으로 밀리는 불안한 매체라는 생각을 하던 시기에 그래도 2000년대 초까지 라디오 콘텐츠의 꽃이라고 할 다큐드라마까지 만들어봤으니 여한이 없었다. 그런데 결국 내 첫 데뷔 논문주제가 라디오인 것을 보면 나의 방송 인연만큼 질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논문에 대해서 말해달라.
▲전파미디어의 맞형격인 라디오가 개방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웹의 환경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들여다 본 논문이다. 라디오는 기본적으로 즉시적 연결성과 일상을 묶는 순발력 등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태생적 강점이 있다.
그런데 이것이 영상미디어에 밀리는 듯 했지만, 그 어떤 미디어보다 순발력 있게 인터넷의 웹2.0 기술환경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이용자 중심의 콘텐츠를 개발해서 라디오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인터넷 매체에 가볍게 올라설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우선 개방, 참여, 공유라는 키워드로 요약되는 웹2.0 인터넷 환경의 시대적 가치가 '신뢰하는 개인들이 만들어가는 부가가치', 즉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는 사회의 작동방식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것은 웹 기술기반이 구현해낸 '롱테일의 법칙'과도 연관된 거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버려지던 소수의 힘을 결집해내는 방식이다. 쓰러져가던 닷컴 기업인 아마존을 살려내고 위키피디아 같은 온라인 백과사전을 만들어 내는 등 사회 전 분야에 나타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라디오라는 올드매체를 들여다 보게 된 거다. 웹2.0기제를 활용해서 만드는 라디오 콘텐츠와 사람들의 수용방식 등이 웹2.0의 가치까지도 구현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말하자면 최근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서 화두를 던지고 있는 스마트환경에서 참여의 무한대성을 갖는 기술 환경 속의 사람들은 라디오에서 무엇을 하는가를 본거다. 결국 사람들 얘기다. 손가락 끝을 가리키는 것은 사실, 기술이 아닌 사람에 있으니까.
-미디어포럼 대표직을 맡고 있는데 어떤 일을 하나?
▲살아있다는 걸 알리는 정도라고 해야할것 같다. 사회에서 받은 게 많으니까. 그걸, 내가 잘하는 방식으로 환원한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시기에 제주, 대구, 서울 등 문화방송에 뿌리를 두고 근무했던 선배와 대학동창, 그리고 학계 몇 분이 그동안 살아 온 방식대로 멘토링도 하고, 미디어 현장에서 일하는 선후배들이 현업 외에는 신경 쓰기가 어려운 부분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한다.
또 나나 주변이 재미나게 살아야하니까, 일상에서 바쁜 사람들을 불러 모아 기쁘게 나눌 수 있는 일을 기획하고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대전KBS 김점석 부장이 소장하고 있는 방송자료 소장전을 소개했고, 최근에는 알리앙스 프랑세즈, 대전 프랑스문화원과 함께 샹송과 재즈콘서트 등 문화행사를 함께 했다. 앞으로 미디어 현장과 학계, 사회를 묶는 일을 할 계획이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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