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원도심은 지난 1905년 경부선 개통으로 대전역을 중심으로 대전천, 대동천 합류지점에 일본인들이 거주하며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대전은 지난 1914년 호남선이 개통되고,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이전하면서 충청권 교통ㆍ행정의 중심지가 됐다.
하지만, 지난 1990년대 둔산신도시 개발로 시청, 법원 등 행정기관들이 이전하며 원도심은 과거의 영화를 뒤로한 채 낡고 오래된 건축물만 남게 됐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재무위기로 원도심의 주거환경정비사업이 중단 위기를 맞으며 지역민들의 우려 목소리가 크다.
이에 따라 그동안 LH에만 의존했던 원도심 정비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해외성공사례 등을 점검해봤다. <편집자 주>
▲원도심 정비사업의 문제점= 정비구역 지정요건을 강화하고, 정비구역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대전시는 '202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2011년 3월)'을 수립해 202개의 정비구역을 166개소로 축소했다.
하지만, 166개 지역도 대전의 인구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한 면이 있다. '재정비가 필요한 것은 정비계획 그 자체'라는 지적도 있다.
지자체가 사업재원에 대한 고려 없이 지구지정으로 지역민들의 개발사업 기대만 부풀리는 등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만 의존했던 주거환경개선사업이 LH의 위기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면서 지역민들의 불만도 큰 상황이다.
▲원도심 주거환경개선사업 개선방향=따라서 전문가들은 기존의 수용(보상)위주의 사업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정비구역에 편입토지 전면 매수 후 아파트를 건설, 기존 소유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공동주택건설방식(수용방식) 이어서 사업 초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의 자금부담 가중으로 경기에 따라 사업추진속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원도심 정비사업 추진에 따른 사업방식도 다양화해야 한다.
현지개량방식(지자체가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고 주민들이 주택을 개량), 재개발사업(소유자 조합이 사업추진)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더욱이 지방 공기업인 대전도시공사, 충남개발공사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 현행법상 주거환경개선사업은 국가, 지자체, LH 등 공공이 시행토록 돼 있다.
그러나 그동안 지방공기업은 자금 부족 등 이유로 주거환경개선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민의 주거복지, 주거안정을 위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지방 공기업의 역할수행이 중요한 시기다.
▲해외 주거정비사업 사례(일본 동경도 스미다구 쿄지마)=일본 쿄지마지구의 주거정비사업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쿄지마는 동경도 스미다구 북부의 중앙에 위치해 면적은 25.5ha에 6500여 명이 거주하는 도시다.
지역경제 쇠퇴와 건물의 노후화, 공공시설부족 등 젊은 층이 타지역으로 떠나며 주민의 30% 이상이 65세 고령자로 돼있다.
지역은 활력을 잃고 1970년대 말까지 1920년대의 모습을 간직하며 점차 슬럼화가 진행됐다.
이에 1978년부터 주거정비사업을 시작, 점진적 변화를 선호하는 고령자들의 특성을 반영해 '느리지만 지속적인 재개발'이란 슬로건으로 수복형 개량 정비방식으로 30년 넘게 재생사업을 추진했다.
쿄지마의 정비사업은 구가 주체가 되지만 초기에 주민참여로 계획안 작성, 설문조사, 주민설명회 등 공공과 주민이 합동으로 추진했다.
또 순환형 정비사업으로 추진됐다. 세입자를 위한 임대주택, 임시거주용 주택인 커뮤니티 주택을 우선 확보했다.
쿄지마 지구의 성과는 계획과 실천단계에서 주민참여, 공공의 적극적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공공은 주택철거, 설계, 정비(공동주택개량에 한함) 소요비용의 3븐의 2까지 재정지원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50%씩 부담했다.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면 융자제도를 활용할 수 있고 임대주택 입주 시 임대료 보조, 감면 등이 지원된다.
쿄지마 주거정비사업의 특징은 기존의 정주환경을 기반으로 한 점진적 도시정비사업이다. 공공의 재정지원과 주민협의회 중심의 마을만들기란 시사점이 크다.
전문가들은 “현재 지역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재개와 한 단계 더 발전된 사업을 위해서는 자치단체와 주민들의 협조와 고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성수 기자 joseo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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