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용 대전성룡초등 교감 |
맥주집에 들어갔다. 빈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뒤로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연예인 외모 못지않게 잘 생긴 남자였다. 그 사람은 부하 직원의 이름을 거론하며 '무능하다'느니, '인간성이 못됐다'느니 험담을 늘어놓았다. 듣기 민망할 정도였다.
그들이 자리를 떠난 후 우리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사람 사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다. 그 중에 밥을 사 준다고 해도 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같이 밥을 먹고 싶지 않은 사람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A는 '누워서 제 얼굴에 침 뱉는 사람'과 같이 밥을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직장에서 업무 처리로 심각하게 논쟁을 벌였을지라도, 직장을 벗어나면 논쟁 벌인 사람을 안주거리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직장의 CEO라면 더욱더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승진을 미끼로 협박하거나, 자신에게 줄 세우기 위해 편 가르며 아랫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자신의 리더십 부족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B는 '등치고 간 내먹는 사람'과 마주앉기 싫다고 했다. 겉으로 위해주는 척하며 실제로는 해를 끼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너에 대한 이상한 소리를 하기에,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대변해줬다며,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떠들어대는 사람이 싫다고 했다. 사실이든 풍문이든 단둘이 있을 때 이야기해 주면 고마울 텐데, 굳이 여러 사람에게 '아하! 저 사람에게 그런 일이 있었구나'라고 알릴 필요가 있냐며 야비하다고 했다.
C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듯 하는 사람'을 멀리 한다고 했다. 회사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비난 받는 사람이, 능력이나 실력 있는 사람을 시샘하여, 괜한 트집을 잡아 해를 끼치려 할 때 처량해 보인다고 했다. 과거 행적을 반성하며 인격 수양에 힘써야 할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허물을 뒤집어씌우거나, 깨끗한 척 할 때 비위가 상한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인맥에 의해 승승장구할 때 좌절을 맛봤다고 했다.
D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연락했던 사람들이, 한직으로 옮긴 후 외면했을 때 참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한때는 의리나 지조 없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을 비난했었으나,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자신이 그들을 발탁해서 키워준 게 아니라, 그들 덕분에 자신의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했다고 생각하니 편해졌다고 했다.
E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사람'이 좋다고 했다. 실제 존재하는 사물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것처럼, 사람에 대한 평가도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허물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사람간의 친소(親疏) 관계와 들이대는 잣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남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게 아니라고 했다. 남의 잣대가 아닌 내 잣대로 직접 판단해야 사람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주고받은 이야기 중의 핵심은 하나였다.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아무리 입이 근질근질해도 남의 개인적인 비밀이나 상처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술집을 나서며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 보았다. 오버랩 된 사람을 손꼽아 세다가 피식 싱겁게 웃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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