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용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종용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

[수요광장]박종용 대전성룡초등 교감

  • 승인 2011-05-24 14:21
  • 신문게재 2011-05-25 20면
  • 박종용  대전성룡초등 교감박종용 대전성룡초등 교감
▲ 박종용  대전성룡초등 교감
▲ 박종용 대전성룡초등 교감
며칠 전, 직업이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 저녁 식사를 했다. 서로 종사하는 직장이 다르다 보니 들리는 소리마다 귀를 솔깃하게 했다. 맞장구도 치고, 손뼉도 치며 한바탕 웃고 나니 목이 칼칼했다. 식당을 나서자마자 시원하게 맥주나 한잔 하자고 했다.

맥주집에 들어갔다. 빈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뒤로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연예인 외모 못지않게 잘 생긴 남자였다. 그 사람은 부하 직원의 이름을 거론하며 '무능하다'느니, '인간성이 못됐다'느니 험담을 늘어놓았다. 듣기 민망할 정도였다.

그들이 자리를 떠난 후 우리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사람 사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다. 그 중에 밥을 사 준다고 해도 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같이 밥을 먹고 싶지 않은 사람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A는 '누워서 제 얼굴에 침 뱉는 사람'과 같이 밥을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직장에서 업무 처리로 심각하게 논쟁을 벌였을지라도, 직장을 벗어나면 논쟁 벌인 사람을 안주거리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직장의 CEO라면 더욱더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승진을 미끼로 협박하거나, 자신에게 줄 세우기 위해 편 가르며 아랫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자신의 리더십 부족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B는 '등치고 간 내먹는 사람'과 마주앉기 싫다고 했다. 겉으로 위해주는 척하며 실제로는 해를 끼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너에 대한 이상한 소리를 하기에,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대변해줬다며,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떠들어대는 사람이 싫다고 했다. 사실이든 풍문이든 단둘이 있을 때 이야기해 주면 고마울 텐데, 굳이 여러 사람에게 '아하! 저 사람에게 그런 일이 있었구나'라고 알릴 필요가 있냐며 야비하다고 했다.

C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듯 하는 사람'을 멀리 한다고 했다. 회사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비난 받는 사람이, 능력이나 실력 있는 사람을 시샘하여, 괜한 트집을 잡아 해를 끼치려 할 때 처량해 보인다고 했다. 과거 행적을 반성하며 인격 수양에 힘써야 할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허물을 뒤집어씌우거나, 깨끗한 척 할 때 비위가 상한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인맥에 의해 승승장구할 때 좌절을 맛봤다고 했다.

D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연락했던 사람들이, 한직으로 옮긴 후 외면했을 때 참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한때는 의리나 지조 없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을 비난했었으나,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자신이 그들을 발탁해서 키워준 게 아니라, 그들 덕분에 자신의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했다고 생각하니 편해졌다고 했다.

E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사람'이 좋다고 했다. 실제 존재하는 사물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것처럼, 사람에 대한 평가도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허물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사람간의 친소(親疏) 관계와 들이대는 잣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남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게 아니라고 했다. 남의 잣대가 아닌 내 잣대로 직접 판단해야 사람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주고받은 이야기 중의 핵심은 하나였다.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아무리 입이 근질근질해도 남의 개인적인 비밀이나 상처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술집을 나서며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 보았다. 오버랩 된 사람을 손꼽아 세다가 피식 싱겁게 웃어 버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2.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