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 회장 |
맹자는 시중을 온전히 실천한 사람으로 공자를 꼽았다. 공자께서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하셨고, 대학에는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끝과 처음이 있으니 일의 먼저와 나중을 알면 곧 도(道)에 가까워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즉 올바른 도를 깨닫기 위해서는 시간을 가리지 않았으며,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아셨기 때문에 그러했을 것이다. 월나라의 재상인 범려 역시 시중을 알았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문종과 범려는 월왕 구천을 도와 와신상담의 복수와 패자(覇者)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준 일등공신이지만 범려는 떠날 때를 알고 구천의 곁을 떠나 나중에 장사로 크게 성공하여 친족들까지 거둔 반면에, 문종은 범려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구천의 곁에 머물다 범려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죽임을 당하게 된다. 박정희 대통령도 시중을 실천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축구선수가 골을 넣기 위해서는 절묘한 타이밍을 노려야 성공할 수 있듯이 박정희 대통령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수많은 반대와 난관을 뚫고 번뜩이는 통찰력으로 무모하리만치 뚝심 있게 경부고속도로를 완성해 내어 우리 경제발전의 큰 토대를 만들어내었다.
이순신 장군 역시 겨우 열두 척의 전선이 남은 상태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이 가진 작은 힘으로 강대한 적을 이길 수 있는 때와 장소를 기다리고 찾은 끝에 명량에 이르러 열두 척의 전선으로 삼백여 척의 왜선(倭船)을 격파하며 풍전등화의 위급에 처한 나라를 구할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시중의 때를 알고, 실천하고, 흔들리지 않았다는 데에 있었다. 즉 시중의 때를 읽어 적중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러 번의 경제 위기 속에서 세대간의 갈등, 빈부격차로 인한 갈등, 대중소기업간의 갈등, 동남권 신공항과 혁신도시 같은 경제적 이익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 보편적 복지의 적용에 대한 사회적 갈등 등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상태다. 이러한 갈등들을 풀고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시중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형편이다. 시중은 현재를 통한 미래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을 직시하여 변화를 수용하고, 때를 알아 나아가고 기다리는 통찰의 힘과 때를 맞이하여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실천의 능력을 만들어 미래를 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얻어낸 우리의 미래는 단순히 '나만의 가치'가 아니라 '우리의 가치'를 창조할 수 있고, 그 누구라도 결코 위기와 갈등 앞에서 쓰러지지 않게 하나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시중의 때를 잘 이용해야 한다. 때는 놓치면 돌이킬 수가 없음을 기억하자.
맹자는 “그 마음에서 생겨나 그 정책을 그르치며, 그 정책에 발로되어 그 일에 해를 끼친다”고 하였다. 시작해야 할 때 시작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 나서며, 거두어야 할 때 거두고, 마무리해야 할 때 마무리하는 가장 적절한 때와 상황에 맞는 시중의 지혜로 미래를 적중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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