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정호스피스'의 본보기 돼야

말기 암 환자 대부분은 극도의 고통 속에 최소한의 품위조차 지키지 못한 채 세상을 뜬다. 그러나 완화의료와 호스피스 의료서비스를 통해 통증을 조절 받고 이들도 남은 생,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다 눈을 감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국가·사회적 관심 미비와 경제적 이유로 숱한 말기 암 환자들이 도움을 못 받고 세상을 뜨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대전시가 충남대병원 암센터와 손잡고 '가정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를 운영하기로 해 말기 암 환자가 집에서도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의사와 호스피스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팀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전문병원에 입원하지 못하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대상자는 전액무료다. '웰빙' 못지않게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가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막는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죽음을 앞둔 환자의 인권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인식까지 포함해 다행스러운 복지정책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런 의료복지 서비스는 앞으로 더 확대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10만여 명 이상의 암환자가 발생하고 이중 6만7000여 명이 사망하고 있다. 2008년 호스피스 완화의료기관에서 사망한 말기 암 환자는 4285명으로 전체의 6.3%에 불과하다. 말기 암 환자 대부분이 완화치료나 정서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대전과 충남·충북의 호스피스 병상은 다해야 충남대병원 13개, 대전성모병원 22개 등 35개 병상에 불과하다.

호스피스 제도는 임종이 임박한 환자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덜어주고 인간다운 죽음을 맞도록 도와주는 의료시스템이다. 또한 환자 가족이 겪는 고통과 비용도 덜어주는 사회복지 효과도 적지 않다.

'가정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가 호스피스 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그것도 편안한 죽음을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제고와 함께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겠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운영되는 대전시의 '가정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가 모범이 되도록 운영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