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미선 편집팀장 |
믿었던 현실이 언젠가부터 친구인지 적인지, 정말 구분되지 않는다. 어쩌면 하루종일 개와 늑대의 시간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학벌과 인맥, 혈연위주로 돌아가는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벽. 태어나면서부터 줄 세워진 빈부격차의 불공정 경쟁. 서민의 아픔에 등 돌린 대통령과 정치인들.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그 무엇에서의 탈출구가 필요한 순간, 비행기를 탔다.
오랜 상념과 열결된 길 끝에서 만난 사막엔 초원은 어디로 가고 모래바람 뿐일까. 매년 수천개의 호수가 사라지고 있는 땅, 계속되는 사막화에 초지들은 황폐화 되고 가축들은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다.
우연히 조우한 '왕의남자' 이준익 감독은 나무를 심기위해 몽골을 방문했다고 말한다. '오늘도, 내일도 나무를 심을 것'이라며 활짝 웃는다.
#3. 사막화 핵심 지역인 불간 아이막 바양노르 솜을 방문해 나무를 심는다. 삽으로 깊게 판 땅에 묘목을 조심스레 묻고 끙끙거리며 양동이로 물을 담아 붓는다.
문득 일손이 없어 잡초가 무성한 고향 시골 밭이 떠오른다. 감나무도 자두나무도 잘 자라고 있을까. 유실수를 잔뜩 선물 받고도 그냥 버렸던 지난 식목일의 기억이 떠올라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하루종일 불안하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하늘 길, 기상악화와 제트기류로 비행기는 심하게 요동치지만 머리는 맑고 편안하다. 생명의 빛이 밝아오는 동쪽을 날아서…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어느 불문학자의 글에서 읽은 건데 불란서 사람들은 해질 무렵을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고 한대. …섬뜩한 시간이라는 뜻이라나 봐. 나는 그 반대야. 낯설고 적대적이던 사물들이 거짓말처럼 부드럽고 친숙해지는 게 바로 이 시간이야.' -박완서 '아주 오래된 농담中'
/고미선·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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