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제봉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
이처럼 우리나라도 장수국가로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이른바 고령화 사회가 빚은 '고독사'의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이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1985년 66만명 가량에 불과하던 나 홀로 족은 20여년 만에 430여만 명으로 6.5배나 증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 한국의 사회지표'에서도 마찬가지다. 1인 가구의 비중은 1990년 9%에서 2010년 23.3%로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년 후에는 절반 이상이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30일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한 사례다. 이 집은 80대 박 할아버지(가명)가 혼자 살던 곳으로 박 할아버지는 최근 노환으로 숨졌다. 관련업체에서 나온 듯한 남성 두 명이 분주하게 집 정리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박 할아버지가 쓰던 옷가지며, 사진이며, 노환으로 복용하던 약봉지 등을 작은 상자에 담고 가전제품 등은 박 할아버지의 자녀 집으로 보냈다. 일부 유품은 폐기하기 위해 따로 정리했다. 80여 년을 살다 간 박 할아버지의 유품은 가전제품 등 일부 물건을 제외하면 20 용량의 쓰레기봉투를 다 채우지 못했다.
그 박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한 곳은 일본 유품정리 전문업체 '키퍼스'의 국내 프랜차이즈인 '키퍼스코리아'다. 이 회사는 최근 혼자 사는 노인이 늘고 홀로 죽음을 맞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사망 뒤 집 정리는 물론이고 유품 처리까지 맡고 있는 신종 업체다.
박 할아버지는 자녀가 있지만 서울과 지방 등 각 지역에 흩어져 살다 보니 장례식을 마친 뒤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모이기가 힘들어 유품정리업체를 이용했다.
업체 측은 '귀중품'이라고 적힌 박스에는 박 할아버지가 평생 간직하고 있었던 유품들을 모두 모아 담았다. 그리고 아직 쓸 만한 가전제품 등은 희망하는 자녀의 집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일부 귀중품은 자녀들이 받기를 원하면 보내고 원치 않으면 업체 창고에 보관했다가 폐기한다. 나머지 짐은 가정용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이같이 혼자 살다 아무도 모르게 집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만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업체가 생겼다. '특수 청소업'이라는 이름으로 영업 중인 '바이오해저드'의 한 관계자는 전에 장례식장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2008년에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이제까지 들어온 60여 건 모두 집에서 혼자 살다 아무도 모르게 숨진 사람”이라며 “이 중 40%가 원룸이나 고시원에서 자살한 젊은이이고 나머지 60%는 자연사한 독거노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사망한 노인은 대부분 가족과도 연을 끊고 살기 때문에 사망 사실을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 알 수밖에 없다. 바이오해저드로 전화가 걸려올 때는 이미 사망한 지 평균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의뢰인도 대부분 집주인이나 고시원 관리자다. 이 업체의 경우 49.6㎡(약 15평) 기준 200만원을 받고 집 안 곳곳에 스며든 부패한 시신 냄새를 없애고 살균 소독을 한다. 유품은 전염성 폐기물 또는 산업폐기물로 분류해 처분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도 '나 홀로' 가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는 모두 347만 가구가 1인 가구로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에 해당했다. 10년 전인 2000년 226만 가구에 비해 무려 53.5%나 늘어난 것이다. 인생은 원래 혼자다.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 하에 존재한다는 말이 현대사회에서는 점점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잠자는 나 홀로 족(1인 가구)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증가하는 나 홀로 족 때문일까. 생활환경은 물론 정책까지 변화하고 있다. 나 홀로족이 우리사회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나 홀로 족은 증가추세다.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가족해체 현상과 취업·교육경쟁의 격화, 개인주의 확산 등이 큰 원인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고 보면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정책과 대책을 하루속히 서둘러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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