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 청사 1층 로비에 오픈한 '건강카페' 개업식 모습. |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해 종업원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팝니다.”
대전시청사 안 1층 로비에 30.5㎡ 규모 공간으로 태어난 카페가 있다.
일명 '건강카페'로 불리는 이 카페는 대전형 예비사회적기업 1호인 '한울타리'에서 생산한 우리밀 쿠키와 빵, 전통차 등을 판매한다. 특이한 점은 카페 직원이 모두 장애인으로 채용됐다는 점이다. 카페 운영자인 사회복지법인 다원(茶園, 대표 정운석)은 지난 1월 대전시의 공개 입찰을 통해 낙찰자로 선정됐다.
장애인이 일하는 건강카페는 염홍철 대전시장이 지난해 10월 일본 삿포로시를 방문했다가 시청 로비에 설치된 '장애인이 일하는 카페' 운영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벤치마킹을 한 것이다.
한울타리 건강카페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판매를 통해 사회적 기업의 자생능력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의 사회적 기업 생산품을 함께 판매하면서 동반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울타리 건강카페의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시민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져 일부러 이 카페를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돕자는 '착한 소비문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울타리 건강카페는 소비자의 착한소비를 통해 사회적 기업의 수익을 가져오고 그 수익으로 장애인을 추가 고용하는 새로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의 모델이다.
▲ 건강카페를 찾은 염홍철 대전시장이 카페에서 근무중인 직원을 격려하는 모습. |
정운석 대표는 “카페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충북도와 부산시, 광주시와 서울 성북구, 경남 거창군 등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정신장애인 김경엽(35)씨는 3급 정신장애인이다. 매일 아침과 저녁에 약을 먹어야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김경엽씨는 체력이 약해 처음에는 하루에 3시간 정도만 일을 하다가 석달이 지난 현재는 하루 7시간씩 쿠키와 빵,과 커피를 판다. 사물의 판별이나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해 손님을 대하는 솜씨는 아직 서투르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다.
김경엽씨는 “시청내 사무실 주문 배달을 하며 간간히 카운터에서 물건 계산 요령을 익히는데 아직은 서투르다”며 “하지만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어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 즉석에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카페를 직접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김경엽씨의 아내 조경란씨는 “경엽씨와 함께 일을 해서 행복하다”며 “경엽씨가 꿈꾸는 일들을 함께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이 건강카페에는 현재 김경엽씨 이외에도 정신장애인 2명, 지적장애인 3명, 자폐장애인 2명 등 7명의 장애인이 일을 하고 있다. 대전시내 고교에 재학 중인 이들은 카페의 커피전문가 등으로부터 일을 배우고 있다. 이들은 견습생으로 와서 서빙과 청소 업무를 주로 하지만 졸업 후 멋진 바리스타를 꿈꾸며 열심히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정운석 대표는 “건강카페에서 근무하는 장애인들은 우선 출근하는 모습이 씩씩해졌다”며 “예전에는 도마동에 위치한 한울타리 빵공장에 출근하는 장애인들은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시청 건강카페에 출근하는 장애인들은 지각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한번은 근무시간이 아닌 저녁시간에 카페에서 근무하는 장애인이 왔길래 놀라서 왜 왔나고 물었더니 그냥 원장님과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더군요”라며 웃었다. 정 대표는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 대한 애사심은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건강카페는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문구를 바탕으로 정신장애인 30여 명이 직접 생산한 쿠키와 빵을 판매하고 있다. 건강카페 제품으로는 우리밀 쿠키 7종류와 우리밀 빵 15종류가 있고 그밖에 천연비누도 함께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한울타리 건강카페의 경쟁력은 '착한 가격표'에 있다. 좋은 재료를 구입해 맛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니 시청 직원과 민원인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 주민들까지 찾아오고 시청내 사무실에서는 배달주문도 끊이지 않는다. 건강카페 직원들은 앞으로도 더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주길 바라고 있다.
다른 성과도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 '착한 소비' 문화가 조성되고 있다. 카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이다. 시민들이 일부러 이 카페를 찾아준다. 사회적 약자도 돕고, 맛있는 커피도 즐기는 일석이조 소비문화다. 그 결과 카페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90만원을 넘는다. 웬만한 음식점 못지 않다.
정운석 대표가 지난 석달간 카페를 운영한 결과 손님들로부터 쿠키와 빵과 커피의 맛이 좋고 값도 싸다는 평가를 받아 매출이 예상보다 많다. 특히 최근에는 카페 내에 미니오븐을 구비해 오후 4시부터는 제빵사가 직접 빵을 구워내고 있다. 그 결과 시청 현관에 들어서면 향긋한 커피향과 고소한 빵냄새가 출출한 시민과 공무원들을 유혹하고 있다.
정운석 대표는 “처음에는 우리밀 제품을 먹을 수 있는 '몸이 건강해지는' 카페로 시작했는데, 장애인들이 일을 하면서 건강해지고 고객들도 장애인들이 파는 물건을 사면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 '마음이 건강해지는' 카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려는 꿈을 갖고 있는 정 대표는 “앞으로 전국에 더 많은 건강카페가 개점해 장애인 일자리가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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