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한스푼, 나눔 두스푼… 따끈한 情한잔 어때요

희망 한스푼, 나눔 두스푼… 따끈한 情한잔 어때요

대전시청사 1층에 지난 2월 개점, 장애인이 구운 빵·쿠키 판매 장애인 8명 자활의 꿈, 하루 매출 90만원 전국서 벤치마킹 잇따라

  • 승인 2011-05-23 14:06
  • 신문게재 2011-05-24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대전형 예비사회적기업 1호 한울타리 '건강카페']

▲ 대전시 청사 1층 로비에 오픈한 '건강카페' 개업식 모습.
▲ 대전시 청사 1층 로비에 오픈한 '건강카페' 개업식 모습.
대전형 예비사회적기업 1호인 한울타리(대표 정운석)가 지난 2월 21일 대전시청 1층 로비에서 '건강카페'를 오픈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지 석달째를 맞으면서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러 오는 성공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쿠키와 커피 등 판매 수익금은 다시 장애인 채용에 쓰이는 기업 한울타리를 찾아가 정운석 대표로부터 카페 운영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해 종업원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팝니다.”

대전시청사 안 1층 로비에 30.5㎡ 규모 공간으로 태어난 카페가 있다.

일명 '건강카페'로 불리는 이 카페는 대전형 예비사회적기업 1호인 '한울타리'에서 생산한 우리밀 쿠키와 빵, 전통차 등을 판매한다. 특이한 점은 카페 직원이 모두 장애인으로 채용됐다는 점이다. 카페 운영자인 사회복지법인 다원(茶園, 대표 정운석)은 지난 1월 대전시의 공개 입찰을 통해 낙찰자로 선정됐다.

장애인이 일하는 건강카페는 염홍철 대전시장이 지난해 10월 일본 삿포로시를 방문했다가 시청 로비에 설치된 '장애인이 일하는 카페' 운영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벤치마킹을 한 것이다.

한울타리 건강카페는 중증장애인 생산품 판매를 통해 사회적 기업의 자생능력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의 사회적 기업 생산품을 함께 판매하면서 동반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울타리 건강카페의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시민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져 일부러 이 카페를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돕자는 '착한 소비문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울타리 건강카페는 소비자의 착한소비를 통해 사회적 기업의 수익을 가져오고 그 수익으로 장애인을 추가 고용하는 새로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의 모델이다.

▲ 건강카페를 찾은 염홍철 대전시장이 카페에서 근무중인 직원을 격려하는 모습.
▲ 건강카페를 찾은 염홍철 대전시장이 카페에서 근무중인 직원을 격려하는 모습.
대전시는 대전시 사업소인 평생교육문화센터, 한밭도서관, 엑스포과학공원, 대전도시철도 역사 등에 건강카페를 열어 장애인들 취업을 늘릴 계획이다.

정운석 대표는 “카페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충북도와 부산시, 광주시와 서울 성북구, 경남 거창군 등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정신장애인 김경엽(35)씨는 3급 정신장애인이다. 매일 아침과 저녁에 약을 먹어야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김경엽씨는 체력이 약해 처음에는 하루에 3시간 정도만 일을 하다가 석달이 지난 현재는 하루 7시간씩 쿠키와 빵,과 커피를 판다. 사물의 판별이나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해 손님을 대하는 솜씨는 아직 서투르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다.

김경엽씨는 “시청내 사무실 주문 배달을 하며 간간히 카운터에서 물건 계산 요령을 익히는데 아직은 서투르다”며 “하지만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어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 즉석에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카페를 직접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김경엽씨의 아내 조경란씨는 “경엽씨와 함께 일을 해서 행복하다”며 “경엽씨가 꿈꾸는 일들을 함께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이 건강카페에는 현재 김경엽씨 이외에도 정신장애인 2명, 지적장애인 3명, 자폐장애인 2명 등 7명의 장애인이 일을 하고 있다. 대전시내 고교에 재학 중인 이들은 카페의 커피전문가 등으로부터 일을 배우고 있다. 이들은 견습생으로 와서 서빙과 청소 업무를 주로 하지만 졸업 후 멋진 바리스타를 꿈꾸며 열심히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정운석 대표는 “건강카페에서 근무하는 장애인들은 우선 출근하는 모습이 씩씩해졌다”며 “예전에는 도마동에 위치한 한울타리 빵공장에 출근하는 장애인들은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시청 건강카페에 출근하는 장애인들은 지각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한번은 근무시간이 아닌 저녁시간에 카페에서 근무하는 장애인이 왔길래 놀라서 왜 왔나고 물었더니 그냥 원장님과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더군요”라며 웃었다. 정 대표는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 대한 애사심은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건강카페는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문구를 바탕으로 정신장애인 30여 명이 직접 생산한 쿠키와 빵을 판매하고 있다. 건강카페 제품으로는 우리밀 쿠키 7종류와 우리밀 빵 15종류가 있고 그밖에 천연비누도 함께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한울타리 건강카페의 경쟁력은 '착한 가격표'에 있다. 좋은 재료를 구입해 맛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니 시청 직원과 민원인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 주민들까지 찾아오고 시청내 사무실에서는 배달주문도 끊이지 않는다. 건강카페 직원들은 앞으로도 더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주길 바라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한시도 자리를 뜰 수 없는 정운석 대표는 “장애인들이 물건만 만들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팔아야 된다는 것을 깨달아 자립심을 키운 것이 성과”라고 말했다.

다른 성과도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 '착한 소비' 문화가 조성되고 있다. 카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이다. 시민들이 일부러 이 카페를 찾아준다. 사회적 약자도 돕고, 맛있는 커피도 즐기는 일석이조 소비문화다. 그 결과 카페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90만원을 넘는다. 웬만한 음식점 못지 않다.

정운석 대표가 지난 석달간 카페를 운영한 결과 손님들로부터 쿠키와 빵과 커피의 맛이 좋고 값도 싸다는 평가를 받아 매출이 예상보다 많다. 특히 최근에는 카페 내에 미니오븐을 구비해 오후 4시부터는 제빵사가 직접 빵을 구워내고 있다. 그 결과 시청 현관에 들어서면 향긋한 커피향과 고소한 빵냄새가 출출한 시민과 공무원들을 유혹하고 있다.

정운석 대표는 “처음에는 우리밀 제품을 먹을 수 있는 '몸이 건강해지는' 카페로 시작했는데, 장애인들이 일을 하면서 건강해지고 고객들도 장애인들이 파는 물건을 사면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 '마음이 건강해지는' 카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려는 꿈을 갖고 있는 정 대표는 “앞으로 전국에 더 많은 건강카페가 개점해 장애인 일자리가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