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동]지금은 아버지가 달려가 안아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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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동]지금은 아버지가 달려가 안아줄 때

[월요아침]김용동 대전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11-05-22 13:36
  • 신문게재 2011-05-23 20면
  • 김용동 대전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김용동 대전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용동 대전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용동 대전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얼마 전 지인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갖은 고생 끝에 아들을 대학졸업 시키고 이제 좀 편안해지나 보다 기대했으나 아들은 졸업하고 5년째 취직을 못하고 있었다. 그분은 아들에 대한 기대만큼 원망이 커져서 평소 부실한 몸이 마음고생으로 더욱 초췌해져 있었다. 낮에는 잠자고 밤에 일어나 컴퓨터만 두드리며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젊은이를 매일 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답답하여 몇 마디라도 건네면 아들은 아들대로 날카로워져서 어떤 얘기를 들어도 화가 폭발하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번듯한 직장에 취직 못하고 가족 눈치 살펴야 하는 기간이 5년째로 접어들었으니 인내심이 바닥났을 터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그분 아들이 좋은 회사에 취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가족의 고통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다니고 싶은 직장에 취업하는 청년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지만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청년 실업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과 가족의 정신문화와 생존을 위협하는 대단히 복잡한 구조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큰 과제다.

성경에는 유명한 '탕자의 비유'가 나온다. 아버지에게 유산을 미리 받아 집을 나온 둘째 아들이 재산을 다 탕진하고 굶어 죽게 생겨서 다시 아버지에게로 돌아오는데 형은 화를 내며 비난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용서하고 큰 잔치를 베풀며 기뻐한다는 이야기다. 대부분 이 비유는 아버지의 아가페적 사랑에 초점을 맞추지만 나는 아버지의 혜안을 이야기 하고 싶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가 일구어 놓은 부에 안주해서 아무런 도전 의식 없이 편안하게 가족이 하던 일을 이어서 해나갔다면, 탕자가 되지도 않았고 크게 고생도 하지 않고 재산을 지켰을지 모른다. 아버지 밑에서 시키는 대로 착실하게 말 잘 듣는 형과는 다르게 동생은 넓은 세상으로 나가 성공하고 싶었으나 실패했다. 성서에는 그가 허랑방탕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성서를 꼼꼼히 읽어보면 그가 그렇게 이성 없는 사람이 아니다. 이 세상 누가 자신의 전 재산으로 허랑방탕하고 싶었겠는가. 성공해 보려고 이리저리 궁리한 끝에 운이 나빴든지 지식과 지혜와 경험이 부족했든지 실패할 요인은 성공할 가능성 보다 수백 배 많은 세상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하고 돌아온 아들을 아버지는 도착하기도 전에 뛰어나가 가슴으로 안았다는 것이다. 성서에 쫄딱 망하고 돌아온 아들을 아버지는 노여워하거나 훈계했다는 대목이 없다. 말로 가르칠 일이 아니다. 아버지는 재산을 들고 나간 아들의 도전정신을 이해했고, 세상 살아가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실패하는 동안 겪었을 아들의 고통을 아파했고, 돌아올 때의 용기를 높이 샀다. 그리고 실패한 아들의 경험이 집안의 미래에 큰 힘이 되어줄 거라는 걸 확신했고, 결국 아들을 끝까지 믿어주었다. 실패한 아들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금가락지를 끼워주고 살진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열어준다.

나는 이 이야기의 후편이 있었어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패를 경험한 동생은 매사에 겸손하고 사려 깊었으며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고 넓은 세상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접목시켜 새로운 방법으로 자기계발을 하였으며 그래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가족을 예기치 못한 위험에서 지켰다는 후속편이…….

아이가 용기를 잃고 있을 때 더 따뜻한 사랑이 필요하다. 아이가 실패했으면 더 크게 안아주고 믿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아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창조적인 에너지가 되어 다시 시작할 힘을 얻고 견딜 수 있게 된다. 그래야 가족 모두가 웃을 수 있다.

우리 시대 어른들은 폐허 속에서 경제 기적을 일구어냈고, 굶주림을 참고 이겨서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낸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젊은이들에게 칭찬보다는 꾸지람과 훈계를 하기 좋아하고, 그것이 무슨 특권인 것처럼 성질 급하게 여과 없이 절제 없이 쏟아낸다. 당연히 교육적 효과는 못 거두고 관계의 균열만 초래한 채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훈계를 하려거든 먼저 아이를 살펴야 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가정의 달 5월에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가족들이 말이 잘 통하고 마음이 잘 통하는 행복한 가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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