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은행과 하나은행 등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6일 하나은행 대전 둔산지점에 5000억원의 백지어음이 결제 요구됐다.
당국이 파악한 내막은 이렇다.
의류 도매업자인 A씨는 B씨를 만났다. '국책사업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백지어음을 건넸다.
백지어음을 받은 B씨는 백지어음에 5000억원의 금액을 기재해서 자신의 거래은행 통장에 입금했다.
해당 은행은 A씨가 거래하는 하나은행 대전 둔산지점에 어음을 교환 제시했다. 하나은행은 곧바로 5000억원 어음의 발행인인 A씨의 거래 통장을 확인했다. 하지만, 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 후 A씨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뒤늦게 알아차린 A씨는 결제하지 못했고, 회사는 최종 부도 처리됐다.
대전지역 어음부도율이 25개월만에 가장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가 발표한 4월 중 어음부도율은 20.93%로 조사됐다. 3월보다 무려 20.27%가 급증한 것으로, 금액도 38배(5018억9000만원)에 달했다. 고액(5000억원)의 '특이부도' 발생 때문으로, 이를 제외하면 부도율은 전월보다 하락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백지어음 거래는 불법이 아니다. 부도난 의류 도매업체는 구제받을 수 없고, 백지어음을 건네받은 B씨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투자 사기 피해자가 더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B씨의 거래통장에는 5000억원의 어음이 기재돼 있다. 이 통장을 내세우며 또 다른 투자자를 모아 사기 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전 최고의 건설회사조차 5000억원 어음 발행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쪽을 잘 알면 괜찮지만, 모르는 이들은 자칫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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