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
오비디우스는 오월 첫날은 비옥과 치유의 여신인 '좋은 여신'(Bona Dea)의 축제일이라고 했다. 남녀노소와 귀천에 관계없이 모든 병을 고쳐주었기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가장 인기가 많았고 사랑받은 여신이다. 뿐만 아니라 이 여신에게 노예들은 자유를 빌어 뜻을 이루었고, 척박한 땅을 가진 사람은 이 여신의 능력으로 비옥한 땅을 얻었다.
왜 5월 1일은 노동자의 날이기도 하지만 메이퀸의 날일까? 우리는 오월 첫날을 좋은 여신의 축제일이라고 한 오비디우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5월 한 달 거의 매일 축제가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천랑성이다. 태양보다 더 큰 이 별은 나일 삼각주에서 해마다 되풀이되는 홍수가 시작될 때쯤 나타나며, 로마사람들은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에 이 별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별임에 틀림이 없다.
로마제국에서도 유난히 5월에 축제가 많았던 것은 더운 여름을 잘 지내게 해 달라는 기원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5월에 파종을 하면서 지방마다 여러 가지 행사를 하고 풍년을 기원한다. 이런 지방마다의 행사가 요즘은 각 지역의 특색과 전통을 고려하여 지역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역축제가 대중화되기 전에 대학에서는 그들만의 축제를 하였다. 그것도 5월에 주로 대동제란 이름으로 하였다. 지역축제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대동제도 멋과 낭만이 있었으며, 지역주민들에게 약간의 위안과 즐거움도 나누어줄 수 있었다. 그러나 지역축제가 대중화되면서 오히려 역현상이 나타났다. 경제적인 규모나 참여인원이 제한되면서 대동제는 날로 퇴색하고, 지역축제는 날로 번창하고 있다.
지난 12일 신촌 일대 차량통제가 실시되었다. 신촌지역 7개 대학이 함께 연합축제를 했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1991년부터 '신촌 축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지만 그동안 어떤 주목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대학생과 일반인이 하나가 되어 완벽한 신촌 축제를 만들었고 완성한 것이다.
대전지역 대학가도 대동제로 들썩인다. 하지만 그들은 이 기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봉사활동, 지역하천대청소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학생들은 대동제 기간 동안 학교가 아닌 학교 밖에서 그들만의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이 일에 행복을 찾는 대학생보다는 아직은 교정에서 인기가수의 노래를 듣거나, 주점과 간이식당 등으로 돈을 모으려는 학생들이 더 많다.
대전에도 대전이 자랑하는 지역축제가 많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대전은 공동화현상이 나타나 지역상가가 죽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대전지역 대학교 총학생회 대표들에게 이런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그들과 함께 연합축제를 개최하여, 일 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그들과 즐거움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어떤가하고 조심스럽게 묻고 싶다.
오비디우스의 예를 보지 않더라도 축제는 지역축제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이 마치 대학생만의 축제인 양 대학에서 먼저 선점하고 독점했을 뿐이다. 대학교 총학생회에서 진정한 축제를 바란다면 그리고 대학생만의 즐거움을 찾고 싶다면 신촌 축제의 성공을 좌시하지 말고 지역주민과 함께하여 더 발전적인 대동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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