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범]대화와 소통의 비법-이목지신(移木之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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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범]대화와 소통의 비법-이목지신(移木之信)

[중도프리즘]대전시설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11-05-19 14:20
  • 신문게재 2011-05-20 21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 서문범 이사장
▲ 서문범 이사장
중국의 역사에서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그 위업을 달성하게 된 시발점은 진효종이 좌서장 벼슬에 등용한 상앙의 변법자강(變法自强)을 시행하게 함으로써 시작되었다고 한다.

상앙의 변법은 나라에 아무 공도 세우지 못했음에도 대대로 높은 관직과 봉록을 물려받는 것을 모두 폐지시키고 전쟁에 나아가 세운 공로에 따라 작위를 수여하거나, 농사를 중요하게 여기고 생산 활동에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들은 모두 그 처자와 함께 관노로 만들도록 하는 등 획기적인 제도들이 포함된 새로운 법이었다. 그러나 백성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당시의 상황에서 새로운 법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백성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특별한 계책이 필요했다.

상앙은 성곽의 남문에 나무기둥 하나를 세워 놓고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겨 놓는 사람에게는 십금(十金)을 주겠다”고 백성들에게 약속했지만, 그 누구도 이 말을 믿지 않았다. 상앙은 또 다시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겨 놓는 사람에게는 오십금(五十金)을 주겠다”는 두 번째 약속을 하게 된다. 그런데 한 백성이 반신반의하면서 나무를 옮기자 상앙은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즉시 오십금을 지급하였다. 나무기둥 하나를 옮기는 사소한 약속을 지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백성들이 나라의 정책을 믿고 따르는 계기가 됐고, 새로운 법을 따르고 지키면서 나라와 백성들은 서로 신뢰하게 되어 점차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다. 그러면서 백성들의 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군사력은 대폭 강대해지면서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기틀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를 '나무를 옮기게 해서 신뢰를 이끌어낸다'는 뜻으로 이목지신(移木之信)이라 하며, 중국 사기(史記)의 상군열전에 수록되어 있다. 『포춘』지가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100大 기업'에서 2010년, 2011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 SAS의 CEO 제임스 굿나이트는 “신뢰는 기업의 초석으로서, 회사와 직원과의 관계에 따라 사업이 좌우된다”고 하였다.

CEO와 경영진들이 직접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회사 정책 및 방향 등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직원들의 재무상태와 가족 건강관리 등을 상담하는 등 진정성있는 소통으로 직원들의 호응도 매우 높았다. 실시간으로 날아오는 직원들의 질문으로 난처한 경우도 많았고, 직원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다 들어주다 보면 정에 끌려 곤란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간부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나누는 것을 기본으로 한 조직 화합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한다'는 경영관으로 성공한 사례다.

소통의 시작은 대화다. 그렇다고 소통과 대화가 같은 것은 아니고 그 차이점은 신뢰가 있느냐 없느냐이다. 신뢰가 전제된 대화는 오해와 불만을 일으키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백성들의 신뢰를 얻어 상앙의 변법이 시행된 이목지신(移木之信)의 사례처럼 기업에서도 신뢰를 쌓는 소통의 기본 원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이목지신처럼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화 시대에 온라인 게시판과 이메일을 이용하여 바로바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적합하다. 더욱이 우리 시설관리공단과 같이 22개 사업장이 분산되어 있는 경우에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다음은 직원들의 궁금증이나 요구사항에 즉시 응답하고, 가능한 빨리 해결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괜한 시간 지연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나무기둥 하나를 옮긴 대가로 즉시 오십금을 지급한 것처럼 현장에서 곧 바로 해소하는 것도 소통의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소통의 채널을 만드는 것보다 유지에 주력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노력이 성패의 열쇠다.

소통은 직원을 위한 서비스를 넘어 기업 경영의 중요한 요소임을 생각하면서, 진정한 의미를 벗어난 낙하산에 집착하는 우(愚)를 대화와 소통으로 해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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