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학벨트 성공 열쇠인 예산 확보

사상 최대 과학기술 프로젝트라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거점지구가 대전에 유치되고도 연구단 선정, 인력, 예산 등 해결해야 할 후속작업이 첩첩산중과도 같다. 그중 신동·둔곡지구 부지 매입비가 당장 초미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재정 여건상 부지 매입비를 지자체에서 부담하기는 어렵다. 시작이 무난해야 마무리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고, 그 관건은 예산이다.

현재로서는 과학벨트 전체 예산 중 거점지구의 부지 관련 예산은 들어 있지 않다. 특별법에는 해당 지자체와 협의한다고만 되어 있다. 천문학적인 재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 치고는 너무 허술한 규정이다. 연구 성과와 비즈니스 연계 등 모든 면에서 지자체와 협의해야겠지만 예산은 다르다. 기능지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국부와 과학기술의 체질 개선을 위한 사업에 토지매입비가 아예 잡혀 있지 않다는 것은 문제다. 과학벨트가 지역개발사업으로서의 효과가 없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신동·둔곡지구의 막대한 토지보상비는 지자체의 부담 능력을 벌써 넘어섰다고 본다.

그러잖아도 과학벨트 관련 예산의 상당 부분이 대구·경북권과 광주 등에 지원돼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다. 예산이 영남권과 광주에 쏠리면서 지역안배 모양새가 되다 보니 연구 수준의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도 불거진다. 실제 17일 과학기자협회 주최 토론회에서는 집중이냐 분산이냐로 의견이 갈렸다. 기존의 기초과학시설에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사업 등을 덧붙이면 “TK에 과학벨트 하나 더 생기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하다.

게다가 과학벨트 거점지구가 들어선 이후 기업을 유치할 추가 부지도 필요할 것이다. 최소한 거점·기능지구의 부지개발 비용은 국비로 부담해야 한다. 부지 매입비 외에도 조성 마무리 시점까지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할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연구방향이나 예산도 지역 간 연구개발의 시너지에 맞춰 빨리 안정감을 찾길 바란다.

과학벨트는 시작부터 예산 확보라는 시험대가 가로놓여 있다. 전체 예산이 늘고도 거점지구부터 부지 매입비로 난관에 부딪히는 일이 없어야 한다. 5조2000억원 예산에서 부지 매입비 0원이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여러모로 정부가 부지매입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