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약속! 지켰습니다.'
한나라당 대전시당이 발빠르게 내붙인 현수막이다.
충청권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이은 과학벨트 논란으로 야당의 공세 앞에 숨죽일 수 밖에 없었던 집권 여당의 처지와 그간의 심정을 짐작케한다.
'이렇게 해서는 충청권에서 내년 총선도 대선도 기대할 수 없다'고 읍소하던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이번 입지 선정으로 그마나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을 법하다.
정치권에서 과학벨트 입지 선정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총선과 대선을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결과가 발표되자 마자 각 당이 은근히 자당의 역할을 부각시키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누구보다 입지 선정 결과에 가슴을 졸일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세종시 수정 논란을 거치며 지난 지방선거에서의 패배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총선을 코 앞에 두고 과학벨트 논란으로 다시 '된서리'를 맞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당연하다.
이에따라 한나라당에서는 과학벨트 성공 건설을 위한 역할론으로 싸늘했던 지역의 정서를 바꿔보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나라당 대전시당 과학벨트 대책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한 강창희 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과학벨트 논란이 총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지금은 긍정적으로 성공시키는 것이 임무이지, 민심이 총선에 어떻게 반영되느냐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세종시 문제로 충청 민심이 이반됐다고 하는데, 세종시 문제가 어떻게 (그렇게) 결정 됐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과학벨트도 그동안 그렇게 요동치며 한나라당 사람들의 가슴을 조리고 고통 당했지만 잘 결정 됐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강 전 장관은 이어 “각 당이 자신의 공을 내세우겠지만 시도민과 국민이 판단할 문제며, 2015년 완공 목표인 과학벨트는 차기 정권의 핵심 과제인 만큼 정권 재창출을 통해 세계적 명품 과학도시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야당인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입장에서도 총선과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과학벨트는 간과할 수 없는 이슈다.
과학벨트는 양 당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세종시 문제를 고리로 '원조정당'임을 자임하거나 '지역정당 역할론'을 내세워 민심 끌어안기에 주력했던 모습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과학벨트는 야당에게 일종의 '호재'이기도 했다. 하지만 만약 입지 문제가 다르게 결론 났을 경우 민주당은 당내 이견에 대한 비판에, 자유선진당은 '소수정당 한계론'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역시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 일단은 만족하는 분위기다.
나아가 야당은 세종시·과학벨트 논란과 추진 과정을 이후에도 총선과 대선에서의 적극적인 이슈로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
박범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은 “지나 온 과정을 통해 충청인은 정부·여당에 너무 큰 상처를 받았고, 시민들은 그 과정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만큼 내년 선거에서도 이런 민심이 반영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권선택 자유선진당 대전시당위원장은 “과학벨트 성공 건설을 위해 지역 정치세력이 얼마나 힘을 모으고 또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대한 평가나 기대감은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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