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부국장ㆍ문화교육팀장 |
통합논의를 하고 있는 대학간 이해관계가 너무도 첨예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학 구성원간에도 그때 그때 딴목소리를 내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두가 원론적으론 통합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합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통합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통합논의를 하고 있는 대학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첨예한 대립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실상은 내부 구성원간 보이지 않는 갈등이 더한 걸림돌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접근은 통합논의에 찬물을 끼얹을 수 밖에 없다.
역사와 전통이 각기 다른 3개 대학이 하나의 대학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통합대학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를 게 분명하고, 각 대학간 이해관계도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충남대와 공주대, 공주교대를 대표하는 3명의 총장이 머리를 맞대고 직권합의를 이끌어내기도 어려운 게 통합일텐데 대학마다 자기몫을 주장한다면 통합논의에 진척이 있을 수 없다. 이들 대학통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몇년 전부터 필요성을 인식한 대학끼리 통합논의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논의자체는 늘 메아리처럼 허공만 맴돌았다. 그러다 지난해 말 세종시에 융복합캠퍼스를 확보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후 지난 3월말 교과부가 참여한 가운데 3개 대학은 통합논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통합논의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대학구성원들의 동의가 비교적 높게 나타나면서 통합성사에 무게를 실었다.
지역사회는 통합대학이 될 경우 전국 국립대 학생수 1위, 교수수 2위, 세계 100대 대학 진입 등 질적ㆍ양적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매머드급 통합논의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통합이후의 청사진을 미리 보면서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정말 이때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양해각서를 체결한지 50여일이 지난 지금.
통합논의는 온데간데 없고 구성원간 난타질만 있는 듯 하다. 통합논의를 동의할 때는 언제고 절차상의 문제를 비롯 총장의 독단적 운영을 문제삼아 통합논의 자체를 흔들고 있다. 마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총장의 독단적 운영과 절차상의 문제를 그냥 덮고 가자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지적은 당연하지만 대학간 통합 필요성을 공유하는 것처럼 통합에 대한 목소리는 적어도 한 목소리로 내자는 것이다.
대학간 첨예한 이해관계에다 학내 구성원마저 자기의 주장만 내세운다면 그건 차라리 통합을 하지 말자는 거나 다름없다. 학내 구성원조차 딴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통합과 관련해 과연 어떤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까. 현재 충남대와 공주대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학본부 위치와 교명문제는 해당대학별 구성원들간 합의가 있어도 쉽게 풀리기 어려운 문제다. 이처럼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구성원간 갈등은 통합논의에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3개 대학의 통합은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 단과대 통합도 어려운 판에 대학간 통합은 산넘어 산이다. 통합을 위해서는 서로 양보할 게 너무도 많다.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논의에 임해야 한다.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 하는 것은 통합의사가 없음을 의미한다. 통합논의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고 결렬을 촉구할 게 아니라 어떻게하면 잘 추진될 수 있을지 총의를 모아야 할 때다. 3개 지역 국립대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통합논의를 시작한만큼 서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나의 대학으로 거듭나는데 각 대학간 유·불리를 따져서는 곤란하다. 질적·양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철두철미한 준비만 고민하면 된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 않는가. 현재로선 통합논의가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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