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경멸하던 두 사람이 감옥 안에서 서로를 이해해가며 혁명을 위한 혁명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혁명을 꿈꾸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 '거미여인의 키스'가 대전 문화예술의전당(관장 임해경) 앙상블홀 무대에 선다. 이번 연극에서는 정성화, 김승대 등 연극계 블루칩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은 낭만적인 동성애자와 반정부주의자인 냉혈한 게릴라, 두 남자의 인간관계를 다룬 작품. 동성애자 몰리나와 냉철한 반정부주의자 발렌틴의 사랑을 다룬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연극화됐다.
이념적으로 너무 다른 두 인간이 차디찬 감옥에서 만나 서로 이해하게 되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와 슬픈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마누엘 푸익의 소설 거미여인의 키스는 당시 동성 간의 사랑과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다룬 파격적인 소재로 화제를 모았다. 또 마누엘 푸익의 대표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후에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낭만적인 동성애자 '몰리나'와 냉철한 반정부주의자 '발렌틴'의 사랑을 다룬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정성화는 동성애자로 새로운 색깔의 연기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피아노 선율에 맞춰 오로지 두 배우가 무대를 채워야 하는 극으로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몰리나 역의 배우 정성화는 능글맞고 감칠맛나게 게이 역할을 잘 표현해낸다. 죽음을 맞는, 파국으로 치닫는 처연한 장면도 묵직한 연기로 객석을 흡입한다.
연극의 줄거리는 한 남자는 사회주의 혁명을 부르짖다 감옥에 갇힌 피가 뜨거운 발렌틴, 또 한 남자는 미성년자를 성추행해 투옥된 몰리나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혁명을 위해 사는 남자와 사랑을 위해 사는 남자가 서로를 좋아하기란 애당초 어려운 일이다. 몰리나는 자신이 남자에게 마음을 여는 순간 표범으로 변신해 그를 해치게 될 거라 믿는 여인(발렌틴과 닮았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천일야화처럼 매일 밤 조금씩. 감옥생활의 따분함을 달래기 위한 대화는 이내 두 사람 간격을 좁혀준다.
처음엔 마음을 열지 않던 발렌틴은 나약하고 사회문제에 관심 없다며 경멸하던 몰리나의 '다름'을 인정하게 된다. 특히 연극은 적절한 타협과 과감한 각색으로 색다른 매력을 빚어낸다. 낭만적인 동성애자와 냉소적인 게릴라의 만남이라는 매혹적인 소재를 살리고 원작을 조금 더 낭만적이고 유머러스하게 압축시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지나 연출은 피아노 선율을 덧칠해 두 배우의 연기만으로 지탱해야 하는 극의 감정선을 풍성하게 만든다. 뮤지컬로 이름을 날린 정성화 등 출연배우들의 연기 변신 또한 관전포인트다. 선 굵은 남성적 연기가 강점인 정성화가 여성 같은 걸음걸이를 하고, 손톱을 다듬고, 말 한마디에 토라져 우는 게이 연기를 펼쳐 여성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끌 것으로 보인다.
몰리나의 가석방을 앞둔 마지막 밤, 두 사람 몸이 포개지는 장면을 그림자와 조명을 통해 에둘러 묘사한 연출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랑이란 아무리 거부해도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 찾아오는 법.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오는 21일과 22일 오후 3시, 7시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공연된다.
예매문의 1544-1566. 입장연령 18세 이상.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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