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희 기초연 환경과학연구부 선임연구원 |
사실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후쿠시마 원전사고 사이에는 큰 차이가 하나 있다. 바로 바람이다. 바람은 사고가 일어난 원전에서 발생한 많은 방사성 오염물질을 넓은 지역으로 단시간내에 퍼트리는 가장 중요한 매체역할을 한다. 그런데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는 바람이 인구가 많은 유럽 지역을 향해 불었고, 비도 내렸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에는 우리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바람이 태평양을 향해 불었다. 이 바람이 이번 사건으로 더욱 유명해진 편서풍이다. 물론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던 사고 인근지역이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태평양을 향한 편서풍은 우리나라나 사고 당사국인 일본에게는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은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는 일반국민들에게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극미량이지만 대기중에서 방사성 제논이 검출되고 이어 방사성요오드까지 검출되면서 그 공포는 극에 달했다. 그리고 사고 후 처음으로 내린 비에 '방사능 비'라는 이름까지 붙여지고, 비에서 방사능 냄새가 난다는 웃지 못할 글까지 인터넷에 떠도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방사능 공포 상황들을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은 답답한 상황이었다. 방사능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나 전문가들이 무슨 말을 해도 국민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으며,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를 알 수도 없는 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현혹되었고, 방사능 공포는 자꾸만 확대 재생산되어 널리 퍼져나갔다. 그러나 필자가 보는 우리 정부기관은 무엇을 속이고 숨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정보를 너무 자세하게 제공했으며, 그것을 위해 수많은 고급인력들이 밤낮으로 매달려있고, 혹시 모를 방사능 오염물질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각 지역의 세관 등 수출입 길목에서 방사능측정 등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다.
만약 진실을 은폐하려 했다면, 그 거짓말은 반드시 밝혀진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그 분야의 모든 전문가들이 국민의 보편적 이익에 반해 거짓된 의견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말 방사능이 이렇게 공포를 유발할 정도로 무서운 것일까? 독약도 적당히 쓰면 약이라는 말이 있다. 방사능도 적절한 곳에 잘 쓰면, 암도 치료하고, 살균도 하고 좋은 역할을 많이 한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하면 문제가 되듯이 방사능도 마찬가지다. 즉 우리에게 해가 될 정도 이상의 양에 노출되었을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양은 얼마나 될까? 모든 안전관련 기준이 그렇듯 과학적인 판단에 의해 수많은 기준이 존재하지만, 얼마부터 위험하고 얼마까지는 안전하다는 식의 절대적 기준을 말하기는 어렵다. 단지 얼마정도면 충분히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기준으로 존재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많이 알려진 것과 같이 일반인의 연간 피폭방사선량 허용한도는 1mSv(밀리시버트)다. 이 양은 우리가 자연에서 받는 평균 방사선량인 2.4mSv보다 낮으며, 병원에서 CT 1회 촬영시 노출되는 분량보다도 낮은 값이다. 방사선관련 작업종사자의 1년 피폭방사선량 허용치는 20 mSv로 일반인 기준의 20배에 달한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가 받는 양은 크게 잡아봐야 일반인의 연간 허용 피폭방사선량 기준치의 수천분의 1이하 정도밖에는 안될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적은 양의 위험요소에 공포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위험요소들이 존재하나 우리는 그것들에 매우 둔감하다. 대표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그 위험하다는 담배를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기꺼이 애용하고 있다. 그리고 발암물질 또는 유해물질이라 이름지어진 수많은 화합물들이 공기중을 떠돌고 있으며, 먹을거리에 포함되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우리 대부분은 이제 이런 위험요소에 대해 스스로 통제할 방법을 선택해서 대응한다. 이제 일반인들도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나 방사능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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