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책임론으로 금감원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한은과 예보 등이 공세적으로 전환하면서 금융당국 간 권력 다툼으로까지 확대되는 형국이다.
1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현행법상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조사권은 금감원의 오랜 고유 권한이다. 단독조사권이 없는 한은은 필요할 때 금감원에 공동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거부하면 조사할 수 없는 것으로, 금융기관들이 한은보다 금감원의 눈치를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8년 한은법 개정안은 국회에 제출돼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금감원이 독점한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검사 권한을 한국은행에도 부여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두 기관의 입장이 첨예해 표류하고 있다.
이 문제가 쟁점을 떠오른 건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책임론 때문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논란에 본격적인 불을 지폈다. 김 총재는 지난 13일, “특정 금융회사나 은행에 긴급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거나 사정상 공동검사가 되지 않을 때 중앙은행이 책임질 사항이면 그때 하겠다”며 단독 조사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총재는 “글로벌 추세에 맞는 감독기구와 중앙은행이 필요하다”며 “중앙은행의 역할, 국가 경제에 대한 책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한은법 개정안이)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예금보험공사도 가세하고 나섰다.
현재 예보법에 따르면, 예보는 공동검사 요청 권한,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 조사권 등을 갖고 있다.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 조사권은 영업정지가 내려진 금융회사에 대해 금감원 검사와 별도로 검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다.
하지만, 부실금융기관을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금융회사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온 게 문제다. 예를 들어, 부실 저축은행은 BIS비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곳이다.
이런 저축은행들은 BIS비율이 1%로 확정되면 곧바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 때문에 예보가 단독으로 조사를 나갈 명분과 실익은 없다.
금융당국이 예보가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단독 조사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예보 관계자는 “금감원이 조사한 BIS 비율과 예보가 조사한 BIS 비율이 다르다면, 부실감독과 비리 등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조사권 분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한은법 개정안이 주목받고 있다”며 “이르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지만, 여·야 내부에서도 이견이 커 합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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